여야는 당초 24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국회선진화법과 60여개의 민생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최근 "일부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새누리당 소속 정의화 국회 부의장과 정몽준 전 대표가 각각 "직권상정 대체제인 패스트트랙의 재적 5분의 3 또는 상임위 위원 5분의 3 이상의 조건은 일반 안건을 '과반수'로 규정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국회 폭력을 방지하자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필리버스터 도입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상태다.
이에 민주당은 이 같은 여당의 당내 이견 노출에 반발하고 있다. 당장 24일 본회의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여야 원내 지도부 간 합의 내용인 국회선진화법 처리를 뒤집고 나온다면 24일 본회의 개최도 불투명해지지 않겠느냐"며 "다수당이 됐다고 입장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새누리당이) 총선 결과 과반수 1당이 됐다고 (국회선진화법을) 뒤집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의 여망을 배신하는 발언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선진화법 문제로 본회의 개최가 무산될 경우 함께 처리가 예정됐던 민생법안도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18대 국회에 계류 중인 6452건의 법률안은 다음달 29일까지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지 않으면 모두 자동 폐기된다.
여야가 우선 처리를 약속했던 법안 중 하나는 약사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오는 10월부터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가능해진다. 복지부가 제시한 편의점 판매 대상 일반약은 타이레놀, 판콜, 훼스탈 등 24개 품목이다.
또 △공공정보화 시장에 대기업 참여를 막는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하는 일정 금액의 물품은 중소기업으로부터 우선 사야 한다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법 개정안 △쇠고기 이력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한 배타적경제수역법 개정안 △각군 참모총장에게 작전지휘권을 부여하는 국방개혁안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다.
특히 정부가 녹색성장 기조로 추진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근거법안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도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필수 법안으로 분류된다.
긴급상황에 한해 경찰이 피해자의 휴대폰 등을 이용한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112 위치추적법도 폐기될 전망이다.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이 벌어질 당시 경찰이 탐문조사를 벌여 범행장소 10m까지 근접했으나 정확한 위치추적에 실패, 피해를 막지 못하면서 이 법안 통과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야의 기싸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형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예금보험기금 특별계정 시한을 5년 연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도 다음 19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들 민생법안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일러야 원 구성은 7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들 민생법안은 다시 의원발의와 상임위·법사위 통과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하기 때문에 입법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