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캡처> |
불가사의하게도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사찰폭로 입을 막기 위해 류충력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지난해 4월 5000만원을 전달한 이유에 대한 해명이다.
류 전 관리관이 당시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한 것이라며 이 돈을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넸다는 해명은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한 인터넷 매체의 팟캐스트 방송이 장 전 주무관으로부터 ‘관봉(官封)’ 형태로 포장된 사진을 받아 4일 공개했다.
5만원권이 100장 씩 묶여 있는 10개의 돈 뭉치는 한국은행이 돈을 출고할 때 도장을 찍어 봉하는 것을 뜻하는 ‘관봉’ 형태로 포장된 돈은 한은이 한국조폐공사에서 받아 발권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는 5만원권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의 모습이 또렷이 보인다.
시중은행에서는 돈다발에 띠지 한 장을 묶지만, 한국은행에서는 사진에 드러난 것처럼 가로세로 십자가 모양으로 띠지를 묶는다.
띠지 겉면에 ‘품명: 한국은행 오만원권’ 및 ‘수량: 1000장’이라고 표기된 것은 관봉이란 사실을 재차 확인해주고 있다. 특히 지폐 왼쪽 위에 ‘CJ0372001B’부터 ‘CJ0373OOOB’까지 연속적으로 일련번호가 적혀 있는 점도 관봉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관봉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에 신권을 납품하기 위해 지폐 100장씩을 띠지로 묶은 뒤 10다발을 포개 비닐로 밀폐 포장한 것으로, 지폐 일련번호가 순차적으로 배열돼 있다. 장씨는 지난해 4월 류 전 관리관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그냥 보관하고 있다가 한 달 뒤인 5월17일 전세자금을 갚는데 쓰려고 꺼내기 직전에 사진을 찍었다.
장씨는 “워낙 특이한 형태라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뒀다”고 말했다.
관봉 형태로 포장된 새 돈은 시중은행의 본점과 지점을 거쳐 유통된다.
일반인은 이런 관봉 형태의 돈을 보는 일이 많지 않다. 대부분 돈다발이 나뉘는 과정에서 관봉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금액을 한꺼번에 인출할 경우 관봉 형태로 포장된 신권을 받을 수도 있다. 한은이 액수를 보증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은 굳이 관봉을 풀 필요 없이 인출자에게 돈을 내주기도 한다.
장 전 주무관이 받은 돈은 헌 돈과는 달리 인출자를 찾기도 쉬울 것으로 보인다. 관봉에 기호와 포장번호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이런 형태일 때는 돈이 어느 은행, 어느 지점까지 갔는지 전산기록에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돈을 누가 찾아갔는지까지는 기록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단서는 있다. 2000만원 이상의 금융거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네진 돈이 인출된 은행 지점에서 누가 5000만원을 찾아갔는지는 금융정보분석원에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5000만원을 인출한 은행 지점과 시점이 특정되면, 검찰은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지점에서 5000만원을 인출한 사람의 명단을 추려낼 수 있다. 이 가운데 장석명 비서관이나 류충렬 전 관리관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직접 돈을 인출하지 않았다면 인출자가 장 비서관 또는 류 전 관리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자금의 ‘출처’를 추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관봉은 시중은행과 거래할 때만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관봉 형태로 소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변호사도 “특수수사를 많이 해봤지만 이 같은 형태의 돈다발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000만원의 출처와 유통 경로가 검찰 수사로 밝혀질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우선 한국은행이나 시중은행에서 관봉 형태의 거액을 직접 인출할 정도라면 이들 기관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있는 세력이 개입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자금의 출처를 놓고 정부 예비비나 특수활동비, 국세청 자금, 정권실세의 비자금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