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은 가격 인하가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 물량 확대를 준비 중이다. 이에 반해 제약업계는 신약 특허 등 지적재산권 보호 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 대형마트, 미국산 과일 물량 확보 나서
대형마트들은 한·미 FTA로 인해 인하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과일에 대해 물량 확보에 돌입했다. 한·미 FTA에 따라 오렌지 관세 50%는 향후 6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포도 관세 45%도 오는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체리(24%)·건포도(21%)·아몬드(8%) 경우 즉시 관세가 없어진다.
이마트는 미국산 포도주스와 와인 등 주류 중심으로 상품을 마련했다. 포도주스와 와인의 경우 각 45%·15% 관세가 바로 철폐돼 가격 인하의 효과가 즉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미국산 와인 물량을 기존보다 25%가량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0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현지 와이너리 개발에 착수해 전용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3가지 상품이 개발 중이고, 올해 상반기쯤 선보일 계획이다.
신근중 이마트 주류담당 바이어는 “이번 FTA 체결을 통해 유럽산 와인뿐 아니라 미국산 와인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소고기 가격 인하 '미미'… 장기적으로 물량 확대
축산물의 경우, 관세가 사라지는데 소고기 15년·돼지고기 10년씩 걸려 피부로 느끼는 인하폭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FTA 발효 직후 쇠고기 관세는 기존 40%에서 37.3%로 하락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산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
롯데마트는 현재 7대 3인 호주산과 미국산 비율을 5대 5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세계 최대 식품 가공업체 카길(Cargill)과 연계해 롯데마트 전용 목장을 개발할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산지가격 상승률이 관세 혜택보다 더 높은 것을 감안해 당분간 물량을 확대하진 않을 계획이다.
민경인 홈플러스 축산팀 바이어는 “작년 미국 가뭄으로 사육두수가 감소하며 산지가격이 전년 대비 10%가량 올라 관세 혜택 효과가 미미하다”며 “하지만 향후 미국 산지 추이 변화에 따라 물량 변화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제약업계, 지적재산권 강화에 '바짝' 긴장
제약업계는 한·미 FTA로 인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미 FTA가 신약 특허 등 지적재산권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미국 등 글로벌 제약회사가 만든 신약의 복제약(제네릭 의약품) 생산 비율이 높은 국내 제약산업의 위축은 피할 수 없다.
정부는 한·미 FTA 발효로 국내 복제약 생산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686억~1197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분은 457억~797억원 수준이다.
우리 정부는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의약품 허가·특허연계 제도를 3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란 특허를 가진 오리지널 신약과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허가 신청에 대해 허가 당국이 이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통지하는 절차다. 그러나 업계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역수지 불균형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제약업의 대미 수입은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923만 달러 증가하는 데 비해 수출은 연평균 334만 달러 느는 데 그쳐 무역수지 적자가 159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정한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한·미 FTA로 인한 대표적인 피해 산업인데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없다”며 “내달 단행되는 일괄 약가 인하와 함께 제약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