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내 증시가 상승한 것은 미국의 소매판매액 등 각종 경제지표 호전과 JP모건의 배당 확대 발표가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하고 경기회복과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기대를 모았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3차 양적완화(QE3) 언급은 없었지만 앞으로 당분간 유동성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최근 세계 주요국 증시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따른 대세 상승장인지, 아니면 침체기 이후 급증한 유동성의 힘에 따른 반짝 상승장(에코버블)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실물경기 회복에 따른 대세 상승장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에 의한 반짝 상승, 즉 '에코버블'의 연장일 뿐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유동성 장세이지만 미국의 자생적 회복과 하반기 중국의 턴어라운드 기대로 실적 장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며 "내년은 기업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지수는 계단식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중론자들은 유동성으로 올라온 증시를 실물경기가 여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기 부활이나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도 아직 미완인 데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도 부담이다.
한 시장전략가는 "글로벌 시장에 근본적으로 해결된 게 없다"면서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속에서 금리 급락과 유동성 증가로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 상승은 15일 발효될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데다 다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오늘 주가가 오른 것과 한ㆍ미 FTA는 별로 상관이 없다"며 "미국 소매판매 실적이 좋게 나타난 것과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이 최종 결정된 것, 이탈리아 국채입찰이 성공한 것 등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ㆍ미 FTA의 가장 큰 수혜주로 여겨지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주가는 소폭 오르는 데 그치거나 하락했다. 또한 최대 피해주로 여겨지는 제약업체들의 주가도 소폭 하락하거나 상승했다. 이날 현대차는 22만5000원에 장을 마쳐 전날보다 1500원(0.67%)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현대모비스는 500원(0.17%) 상승한 29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기아차는 전날보다 300원(-0.41%) 하락한 7만2700원에 장을 마쳤고, 만도 역시 17만4000원을 기록해 2500원(-1.4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