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문제와 텔러직에 대한 여성 선호 관념 등에 따라 금융사들이 남성 고졸자들의 채용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은 창구 텔러와 정보기술(IT), 시설관리 분야에 남성 고졸자 30명을 채용키로 했다.
기업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되면서 인력 운용이 다소 자유로워진 데 따라 고졸 채용을 더욱 늘려갈 것”이라며 “남성 고졸자에게도 차별 없이 문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텔러 직군의 문을 남성 고졸자에게 열어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연합회 조사 결과,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들이 채용한 고졸자는 모두 1057명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남성 고졸자는 90명에 불과하며, 채용한 은행도 6곳이 전부다.
신한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산업은행 등 3곳이 20명 이상 남성 고졸자를 채용했으며, 농협과 수협이 각각 1명, 대구은행이 4명의 고졸 남성인력을 뽑았다.
올해 은행권이 내놓은 고졸 채용 계획을 보면 지난해보다 줄어든 873명이다. 규모가 축소될수록 남성 고졸자들의 은행 입사 문턱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남성 고졸자를 채용하는 데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병역 문제다.
군입대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공백, 그리고 이를 메울 인력 운용 방안과 여기에 드는 비용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해당 직원들의 병역 기간에 급여를 일부 지원하고 휴직 처리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고졸 채용 바람이 불면서 남성 고졸 채용에 대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운용사례가 전무하다”며 “군입대로 인한 업무 공백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을 직접 응대하는 창구업무직에는 여성이 적절하다는 고정관념도 남성 인력 채용을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뽑힌 고졸자들은 거의 창구업무를 담당하는 텔러직에 채용됐다. 하지만 남성 고졸자들 대다수는 창구영업이 아닌, 일반 사무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세심함과 친절함이 강조되는 것이 텔러직이라 은행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을 선호하고 있다”며 “고졸 인력을 텔러직군에 국한해 채용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권의 관계자는 “남성 고졸자 채용은 병역 문제와 비용 때문에 상대적으로 채용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내부 방침 등이 대부분 검토단계라 올해 은행들이 이를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