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미행사건'…삼성·CJ, 루비콘 강 건너나

2012-02-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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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이맹희 형제간 상속소송에도 영향 예상<br/>-1994년 계열분리부터 20여년 악연 지속

(아주경제 임재천·김병용·이혜림 기자) 삼성과 CJ의 악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불거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상속소송과 맞물려 양측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J그룹은 23일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J 관계자는 이날 "지난 21일 오후 이 회장 집 앞에서 이 회장을 며칠간 미행해 오던 사람의 자동차와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뒤 붙잡아 신분을 확인한 결과 그가 삼성물산 직원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에 교통사고를 신고한 뒤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남자가 삼성물산 소속 김모(42) 차장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CJ는 김 씨의 이러한 행위가 개인적인 행동이 아닐 것으로 보고 삼성그룹에 공식적인 사과, 책임자 및 관련자 문책,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는 입장을 이날 오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사실 관계부터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내부적으로 이재현 회장을 미행해서 얻을 게 없다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은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가 지난 14일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기진화에 나섰던 CJ가 입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 측은 상속소송 사태가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자 아버지인 이맹희씨 설득에 서둘러 나섰다.

당시 CJ 관계자는 "소송 제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소송 당사자는 아니지만 소송 취하를 포함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과 CJ의 악연도 이어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1994년 이병철 창업주가 비서실 차장이던 이학수씨를 제일제당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학수씨는 당시 이재현 회장을 이사회에서 배제시키려 했지만 제일제당 측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이건희 회장 집에서 바로 옆에 있는 이재현 회장 집 정문 쪽이 보이도록 CCTV가 설치돼 출입자를 감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도 양측은 대립했다. 지난해 6월 CJ가 대한통운 인수에 나선 가운데 삼성이 삼성SDS를 내세워 포스코와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에는 CJ헬로비전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 시작을 앞두고 스마트폰 공급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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