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시는 지난 2003년 이라크 반전 시위를 벌이다 체포·억류됐던 850명이 제기한 피해보상 집단소송에 합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카고는 이라크에 반대하는 첫 번째 대규모 시위가 열렸던 곳이다. 당시 전국 각지의 반전운동가들이 시카고에 모여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계획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는 이라크전 반대 운동을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불씨가 됐다.
2003년 3월20일 시카고에서 열린 시위에는 1만여 명이 참여했다. 시카고 시는 경찰을 동원 500명을 체포하고 350명을 현장에 억류했다.
지금까지 시카고 시는 당시 대응이 합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미 연방 순회법원은 지난해, "단지 사전 허가가 나지 않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평화적 시위대를 체포한 것은 정당치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경찰은 시위대에 자진 해산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50여개 시민단체가 오는 5월 시카고에서 동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와 세계 주요 8개국 정상회의(G8)를 앞두고 대규모 시위를 계획 중인 가운데 내려져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전쟁과 인종차별 반대 시카고 연합(CCAWR)'은 "이번 사례는 소송 제기 집단뿐 아니라 시민 자유를 위해서도 매우 큰 승리"라고 평했다. CCAWR는 "이를 계기로 시카고 시가 시위대를 '전투원'이 아닌 '헌법상 표현의 권리를 지닌 자유 시민'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시위 현장에서 체포·기소돼 법정에 섰던 이들은 최대 1만5000달러(약 1700만원)까지, 기소 없이 체포됐다가 석방된 이들은 최대 8750달러(980만원)까지, 현장에 억류됐던 이들은 최대 500달러(56만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