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기업의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누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적극 검토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삶의 질도 향상되고 일자리가 늘 뿐 아니라 소비도 촉진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장시간 근로를 없애고 휴일근로나 초과근로를 줄이면서 총고용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대기업 등 실물 부문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노동 수요와 공급을 시장에 맡겨야지 인위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일자리 창출이나 근로시간 유연화는 민간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정부가 명령을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며 “고용을 늘리기 위해 대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지시는 먹혀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경제확대기에는 근로시간 나누기가 가능하지만 3%대 경제성장이 예상되면서 고용의 출구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실효적 효과를 낼 수 없다”며 “나눠지는 야간근로가 결국 파트타임, 비정규직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의 고용 창출을 위한 유도전략 없이 무조건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의 월권이자,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야권도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방법론에는 동의하지만 적정선 등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용섭 통합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숙련도에 따라 노동의 효과가 달라지던 산업사회에서는 초과근무가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현대 노동시장은 전문직화돼 휴식을 취해야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산출된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보 방안에 대해선 동의했다.
그러나 이 의장은 “야간·주말 근무를 얼마나 정규 근무로 환원해 일자리 확보에 나설지는 좀 더 연구해봐야 한다”며 “큰 틀에선 동의하지만 세부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조만간 우리 당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대기업들의 사업영역 확대와 관련,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때에 대기업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에게는 공직윤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