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2를 참관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2년 만에 'CES 2012'에 모습을 드러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모습에서는 '긴장감'과 '자신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이 회장은 사회 전반의 분발을 촉구했다. 외부환경이 불안정한 만큼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이유다.
반면 일본과 중국 기업보다 경쟁우위에 있다는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 회장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것임을 밝히면서도 3세 경영자들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뜻도 밝혔다.
이 회장은 CES 전시장 방문에 앞서 사장들과 현지에서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 사업의 기본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더 깊이 미래를 직시하고, 더 멀리 보고, 더 기술을 완벽하게 가져가야 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본 뒤 이 회장의 위기의식은 더욱 분명해졌다. 현장에서 경쟁업체들의 제품과 전략을 보고받은 이 회장은 세계 1등 제품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화두도 던졌다. 이 회장은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가고, 우리가 앞서가는 것도 몇 개 있지만, 더 앞서가야 한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2년 전 사회 전반의 각성을 촉구했던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고 CES와 같이 전 세계 업체들이 경쟁하는 곳에서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이 존재감을 보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글로벌 넘버원
이 회장은 경쟁사인 일본 소니와 중국 하이얼 등을 둘러볼 예정이었지만, 보고로 대신했다. 삼성전자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경쟁사 제품이 없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일본에 대해 "너무 앞선 나라였기 때문에 힘이 좀 빠져버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젊은 나라이고 열심히 따라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을 쫓아오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다"고 밝혔다. 5년 전 '샌드위치론'을 강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의 말처럼 올해 CES는 한국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삼성과 LG는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동시에 선보이며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소니는 2007년 11인치 OLED TV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양산에는 실패했다.
일본 언론들도 "올해 CES에서 OLED TV를 발표한 한국 기업이 화제의 중심"이라며 "브라운관 TV 시대를 주도했던 일본의 존재감은 엷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고용 확대…경영권 승계 속도조절
이 회장의 긴장감과 자신감은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졌다. 대규모 투자와 함께 인재 개발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사장 등 3세 경영인들에 대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이 경영 전반을 직접 챙길 것임을 분명히한 것이다. 경영권 승계가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