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시 한·중 FTA 체결에 적극적이어서 조만간 양국간 본 협상을 개시하기 위한 막후 접촉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교역량은 수교 직후인 1992년 63억7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1년 11월 말 현재 2021억 달러로 무려 32배나 성장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제 대(對)중국 무역 편중을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이 기침하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가 들썩인다는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넘어 세계 제1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중FTA 협상 국내 절차 개시…경제전쟁의 '도화선'
한·중 FTA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국내 절차가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상반기 내 공식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향후 관보 게재와 최소 2주 후 공청회 실시, FTA 실무위원회ㆍ추진위원회 구성,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을 거쳐 본격적인 FTA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FTA는 양국간의 경제성장 동력이자 본격적인 양국간 경제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양국 정상이 수교 20주년을 맞아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협상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FTA는 양국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중국은 기술수준이 높은 한국을 선진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고, 한국은 일본을 견제하면서 동아시아 경제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실무적으로 볼 때 중국이 농업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지니고 있고, 의류·섬유·완구 등 경공업 제품에서도 가격은 물론 품질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국내 여론 등이 악화하면 양국 협상 개시가 상당 기간 늦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1992년 10억7000만 달러 적자에서 2010년 452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지만 한·중 FTA가 자칫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위태로움을 항상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준동 연구위원은 "중국은 서비스업 인력을 외국에 수출하는 부분도 강점이다. 한국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서비스인력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며 "서비스업에서 한국이 양보를 하고, 농업쪽의 부담을 덜면 한·중 FTA가 보다 유연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북 경제 영향력 견제하며 중국경제 경착륙에도 대비해야
북한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우리가 견제해야 할 부분이다. 정치와 경제의 복합적인 문제이지만, 향후 통일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의 대북 경제 영향력 확대가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중국의 대북 경제 영향력은 2000년대 들어서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0년 북·중 무역규모는 34억6568만 달러로 1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했다. 또 중국의 대북 FDI(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2008년 기준 4123만 달러로 전 세계 대북 FDI의 93.7%를 차지한다.
최근 김정일 국망위원장의 사망 이후에는 중국의 대북 경제 영향력은 더 노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열악한 환경의 북한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보다는 지정학적 관리 차원에서 대북 경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주의할 부분 중의 하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이다.
한·중 FTA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중국 경제의 위험요인은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유럽 재정위기 속에 세계 경제의 거인인 중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주요 관심사안이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에 치중하는 와중에 비은행권 대출 부실과 그에 따른 주택금융시장 붕괴, 지방재정의 부실문제 등이 최근 부작용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만큼, 대중국 견제 능력을 키우는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