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새해 초에는 대차거래가 증가하기 때문에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은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빌린 주식의 규모를 말하는 대차잔고가 늘어나면 공매도로 쓰이는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가하락에 배팅하는 세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3일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대차거래잔고가 1000억원 이상인 종목은 모두 35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년 새 대차잔고 증가를 보인 종목은 모두 15개로 이들중 80%에 해당하는 12개 종목이 주가하락을 보였다.
1년 새 주식대차거래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롯데쇼핑으로 지난해 초 376억3300만원에서 전날 1486억7600만원으로 295.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 회사 주가는 47만4000원에서 33만5000원으로 29.32%의 낙폭을 보였다.
OCI의 주식대차거래 잔고도 1조482억원으로 전년도 2782억5800만원보다 276.71% 증가했다. 이 기간 주가는 33만1000원에서 21만5500원으로 34.89% 떨어졌다.
현대상선과 두산인프라코어도 대차거래 잔고가 각각 192.96%, 155.94% 늘어나 1747억200만원, 3235억7100만원을 나타냈다. 이 기간 주가 등락은 각각 -36.62%, -38.00%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주식대차거래잔고도 115.10% 증가했으며 주가는 22.75% 하락했다. 이어 포스코, SK텔레콤, KT, 아모레퍼시픽, 한화케미칼이 42~64%의 대차거래잔고 증가율을 보여 역시 주가가 -6~-22% 떨어졌다.
반면, 호남석유와 오리온, S-Oil은 28~90%의 대차잔고 증가를 나타냈으나 거꾸로 8~65%선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차잔고는 연중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 연말에 전체적으로 청산이 되는 경향이 있다며 대부분 공매도의 목적으로 쓰여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가 최근 급증한 종목은 주목해야 된다”며 “대부분이 공매도로 쓰이기 때문에 이는 향후 하락압력으로 작용해 수급적으로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가 많이 쌓인다는 것은 외국인들의 수급과 연결해서 향후 주가 하락을 대비해 빌리는 주식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차거래 잔고는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과 차익거래 목적으로 쓰이므로 일부 긍정적인 기능을 가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주형 연구원은 “대차잔고 증가는 하락 배팅 증가로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숏커버 자금이 기대된다는 뜻도 있으므로 장·단점 모두 가지고 있다”며 “다만 숏커버 매수가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05년 이후 매년 연말 대차잔고가 감소했다가 연초 다시 증가하는 계절적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차입자가 배당권리와 주주 의결권을 주식을 대여해준 자에게 귀속시키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계절성은 악화된 외국인 수급을 제한적으로 개선시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