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C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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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88CC(경기 용인·대표 김용기)는 접근성이 좋고 코스도 수준급이어서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다. 회원수는 2000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 골프장의 올해 클럽챔피언은 ‘공석’이다. 클럽챔피언은 그 골프장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회원으로 대부분 골프장에서 매년 한 명을 뽑는다. 한 햇동안 그린피 면제, 주차장·라커룸 우선 이용 등의 혜택을 받고 골프장을 대표해 클럽대항전에도 나간다. 명예와 실속이 있기 때문에 많은 ‘로 핸디캐퍼’들이 클럽챔피언에 도전한다.
88CC의 클럽챔피언이 없는 것은 골프규칙 적용을 두고 당사자와 골프장측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88CC 클럽챔피언전에서 세 명이 챔피언 자리를 놓고 다퉜다. 사단은 동코스 6번홀(파3)에서 발생했다. A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날아가 잠정구를 쳤다. 잠정구를 칠 때에는 반드시 동반자에게 ‘잠정구를 치겠다’고 의사를 표시하거나 ‘잠정구’라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구를 찾든 못찾든, 잠정구가 곧바로 인플레이볼이 된다. 박남신프로가 1993년 월드컵골프대회에서 잠정구 선언을 안했다가 실격당한 일은 유명하다.
A는 “잠정구라는 표현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동반자 두 명은 “잠정구라는 소리를 못들었다”고 반박했다. 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았고 그 와중에 A는 처음 친 볼을 발견하고 원구로 플레이를 속개했다. 또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잠정구 선언을 하지 않았으므로 원구는 이미 분실구다. 그런데 그 원구를 쳤으므로 오구 플레이”라며 동반자들이 어필한 것이다.
경기위원장은 딱 부러진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세 명은 마지막 홀까지 마무리했다. 공교롭게도 A와 B가 동타로 서든데스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 되자 C까지 가세해 다시 6번홀 사건을 거론했다. 일이 복잡해질 듯하자 경기위원장은 A에게 실격을 주고, 경기 무효를 선언했다. 그래서 ‘클럽챔피언 공석’ 사태에 이르게된 것.
시즌 말이 다가오면서 대부분 골프장들이 클럽챔피언전을 연다. 88CC처럼 가끔 ‘잡음’이 발생한다. 6년전 뉴서울CC 클럽챔피언전에서 ‘경기도중 골프카를 탔네 안탔네’의 다툼으로 소송까지 간 일이 있다. 몇 년 전 서울한양CC에서도 볼마커 때문에 소동이 일었다.
회원들간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대회가 불상사로 얼룩지는 것은 ‘골프규칙 경시’ 탓이 크다. 아마추어 최고수를 가리는 클럽챔피언전이라면 참가자들은 규칙을 준수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친선 대회에서 규칙을 엄격하게 따질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골퍼들이 있다고 한다. 제주 某골프장 챔피언전에서도 디봇자국을 다지는 사례를 제지하자 당사자는 “뭐 이런 것까지 따지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클럽챔피언 D씨는 “아마추어골프의 꽃인 클럽챔피언전은 클럽의 명예가 걸린 대회”라며 “참가자 스스로 규칙을 위반하지 않겠다는 자세와 함께 외부 전문가에게 경기위원장을 맡기는 것도 대회를 원만히 치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클럽챔피언을 지낸 김봉주 국가대표 코치는 “승부에 대한 집착이나 골프장의 텃세·파벌 때문에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클럽챔피언전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