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밀수 천국으로 전락한 시나이반도

2011-08-1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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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동북부에 있는 시나이 반도에는 최근 밀수된 중고 자동차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밀수업자들이 대담하게 자동차를 공터에 전시하고 있어 이것이 불법행위의 현장인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정도다.

리비아에서 밀수된 이들 차량은 대개 팔레스타인으로 팔려나간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가격 흥정을 마치고 가자지구로 돌아가 기다리면 국경 밑의 구불구불한 터널을 통해 자신이 고른 자동차가 배달된다.

이집트 혁명 이후 북부 시나이 반도가 ‘무법천지’로 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나이 반도에서 경찰이 종적을 감추면서 밀수가 성업 중인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급기야 배출가스로 인한 공해와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의 자동차 수입을 주(週)당 30대로 제한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이집트의 다른 지역에서는 대체로 질서가 회복됐지만,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크고 작은 범죄가 그치지 않는 베두인족의 본고장 시나이 반도에는 여전히 공권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한 밀수업자는 현대차의 SUV 모델인 투산에서 리비아 번호판을 떼어내면서 “어디에도 경찰이 없다”며 쾌재를 불렀다.

무바라크는 권좌에 있을 때 북부 시나이를 사실상의 적국 영토로 간주하고 엄청난 수의 경찰력을 배치했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조치를 적극적으로 돕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공권력이 사라진 지금 현지에서는 밀수행위가 기하급수로 불어나는 것은 물론 무바라크가 추구했던 친(親)이스라엘 정책도 심각한 역풍을 맞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는 배후가 확인되지 않은 6건의 폭탄공격으로 이스라엘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 폐쇄됐다.

무바라크 시대에 체결된 가스공급 계약은 그 대상국이 이스라엘인데다 무바라크 정권의 부정부패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이집트인들의 불만이 그치지 않았는데, 최근의 잇단 폭탄공격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천연가스 공급망이 멈추는 것은 양국관계의 경색을 몰고 오는 공식적인 정책적 변화에 해당된다.

이에 이집트 군부는 지난 주말 시나이 북부 국경지대의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순찰병력을 대거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라파 검문소의 베두인들은 이날 현재까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는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

또한 밀수업이라는 또다른 ‘아랍의 봄’을 경험하고 있는 리비아 국경지대와 마찬가지로, 이집트에서 밀수된 자동차가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북부 시나이 반도보다 더욱 심하게 법질서가 실종된 곳은 아무데도 없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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