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최근 그리스에서 시작돼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집어 삼킨 데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위협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의 다음 타자가 될 가능성이 큰 나라로 지목돼왔다.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에 대한 여신이 프랑스 금융권에 대거 몰려 있는 데 따른 우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비롯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에 이어 프랑스의 '트리플A(AAA)' 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佛 신용등급 강등설 글로벌 증시 강타
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이날 일제히 프랑스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불안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특히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과 1위 은행 BNP파리바가 각각 14.7%, 9.5%나 폭락하는 등 은행주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프랑스 국채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 프리미엄은 해당 채권의 부도위험을 반영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프랑스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경기 부진 장기화 전망과 함께 유럽 은행들에 대한 재정 건전성 우려가 높아져 유럽과 미국 주가의 폭락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크리스 브라운 팩스월드밸런스드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사람들은 프랑스 등급 강등 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극심한 압력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佛 경제…2분기 성장률 촉각
이런 루머의 이면에는 프랑스의 부진한 경제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는 조만간 2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할 예정인데 성장률이 1분기 0.9%에서 0.2%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칫하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프랑스는 또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6개 트리플A 등급 국가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프랑스 정부는 작년 7.1%에 이어 올해는 5.7%로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엔 4.6%로 낮추고, 2013년엔 3%까지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성장이 부진해지면 은행들의 수익도 부진해지고 이는 채무상환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채가격이 떨어져 이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의 손실이 커지고 자금 조달비용도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위기설이 번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신용등급 강등설에 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와 프랑스가 적자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도록 마감시한을 제시했다. 위기설의 주역으로 부상한 SG도 이날 성명을 통해 시장의 모든 루머는 투기세력이 만들어낸 거짓이라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금융당국이 이런 루머의 진원을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프랑스가 유럽 재정위기의 다음 타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