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요국 증시에 비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외국인 비중 탓에 시장 주권을 빼앗기면서 대외변수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4.89포인트(0.27%) 상승한 1806.24를 기록하면서 7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지수는 4.22% 오른 1877.40으로 출발했다가 외국인 매도 확대로 보합권까지 밀렸다.
개인만 1조559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을 뿐 외국인·기관은 각각 1조2829억원·2356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은 2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4조534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는 9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을 전체 시가총액(1016조7600억원) 가운데 32.15%(326조8600억원)로 집계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대만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증권가는 한시적인 증시안정대책만으로는 대외변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면서 기관 투자자 역할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에도 상황은 비슷했다"며 "2007년 말 외국인이 주식보유비중을 34%에서 28%까지 낮추면서 2000선을 넘었던 지수는 반토막으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3개월 동안 공매도를 금지한 것도 외국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주가 하락을 예상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값이 떨어진 다음 되사는 공매도는 대부분 외국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높은 외국인 비중은 외환시장 변동성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외국인은 신흥국 자산을 회수해 안전자산인 달러나 엔화, 금을 사들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해당 국가 화폐 가치도 떨어지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054.50원에서 1080.00원으로 25.50원 올랐다. 한때 1088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제 자체가 아닌 수급 문제로 시장이 출렁인다면 증시 구조가 안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우리와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진 칠레를 보면 연기금을 통해 자본시장을 육성하면서 외환 건전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