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지난 3월 초에 '쌍방 입건 자제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하달한 이후 6월 말까지 4개월간 511건을 정당방위로 처리했다고 3일 밝혔다.
1월 한 달간 17건에 불과하던 경찰의 정당방위 처리 건수는 이 같은 지침이 하달된 이후 3월 63건, 4월 144건, 5월 158건, 6월 146건으로 증가했다.
511건 중 203건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으며 308건은 불기소 처분됐다.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경찰 단위에서 정당방위 처리된 사례도 54건에 이르렀다.
정당방위 행위자의 방어 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멱살이나 팔을 붙잡는 행위가 185건으로 가장 많았고 몸을 밀치거나 뿌리치는 행위 114건, 1~2회 구타 104건, 넘어뜨리거나 팔을 꺾음이 38건 등의 순으로 폭행자를 저지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행위가 주를 이뤘다.
방어를 위해 각목 등 도구를 이용하거나 상해를 입혔음에도 특수 상황을 인정해 정당방위 처리한 사례도 10건 있었으며, 정당방위 처리된 장소는 노상이나 주차장 등이 20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식당·주점·노래방 124건, 주택 64건 등 순이다.
경찰은 "공개된 장소에서는 목격자 확보가 중요하며 대중교통이나 실내 공간에서는 CCTV 등 자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형적인 정당방위의 요건으로 △침해행위에 대한 방어 행위 △침해행위를 도발하지 않거나 먼저 폭력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 △폭력행위의 정도가 침해행위의 수준보다 중하지 않을 경우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침해행위가 저지되거나 종료된 후에 폭력행위를 하지 않거나 상대방의 피해 정도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은 경우 △치료에 3주 이상을 요하는 상해를 입히지 않은 경우 등을 제시했다.
경찰은 현재 일선 서에 업무 지침 형태로 하달된 '폭력사건 쌍방입건 관행 개선 방안'을 경찰청 훈령이나 내부 범죄수사규칙 등 형태로 예규화하는 안을 10월까지 경찰위원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맞는 게 상책이라거나 싸움은 말리지도 참견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시민의 참여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