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권 '퍼펙트스톰'] 우리금융 '국민주' 공모 딜레마

2011-07-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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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총자산 346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이제 우리금융의 소유권을 시장에 돌려줄 때가 됐다는 국민적 합의도 이뤄졌다. 문제는 민영화의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의결하고 매각 입찰을 실시했지만 유효경쟁 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고배를 마셨다.

올해 다시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국 사모펀드(PEF) 3곳이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우리금융을 사모펀드에 파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국민공모 방식’이라는 새로운 대안이 제시됐다.

여당 대표가 직접 제안한 방식인 만큼 무게감도 있다. 우리금융도 내심 국민공모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조기에 민영화가 가능한 데다 독자 생존이라는 숙원까지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공적자금 회수 규모가 줄어들고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국민공모 방식보다는 계열사를 분리해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 어느 쪽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내느냐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서민층에 수익 배분” VS “공적자금 회수 우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은 56.97%(4억5920만주)에 달한다.

최근 국민공모 방식을 제안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 가운데 산업자본의 보유비율 상한선인 9%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국민주로 팔자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공모 물량은 47.97%(3억8666만주), 매각가격은 시가 기준으로 5조2000억원 수준이다.

국민공모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주식을 국민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안으로 홍 대표 측은 우리금융 주식의 할인율을 3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서민들에게 우리금융 민영화의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자는 취지이지만 할인율 때문에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공적자금은 3조65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국민공모 방식에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2조원 가량의 차액은 서민들의 소득 재분배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하는 쪽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데 따른 손실까지 합치면 실제로 회수하는 공적자금은 당초 예상한 금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 찬반 팽팽

국민공모 방식을 실시하려면 관련 법을 손질해야 한다. 공모 자체에 대한 근거는 자본시장법에서 찾을 수 있지만 공적자금 회수 규모가 줄어드는 데 따른 부담을 해소할 법적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이 정부가 제시한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 중 하나로 금융지주회사법 부칙(6조1항)에 명시돼 있다.

또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은 보유자산 매각시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정가격’에 팔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상당 수의 여당 의원들은 공적자금 극대화 원칙을 고수하느라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연될 경우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공모에 반대하는 이들은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없고 지분이 분산돼 책임 경영도 어렵다고 얘기하지만 정부가 명확한 매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을 계속 안고 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 진영에서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 회수 규모를 줄이면서까지 법 개정에 나서는 데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국민공모 방식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위배된다”며 “법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기존 주주 반발 불가피

우리금융 주식을 국민공모 방식으로 30% 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게 되면 기존에 우리금융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미 우리금융 지분 중 43.03%는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기존 주주들이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국민공모 방식은 단기적으로 우리금융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 주가가 다른 금융지주회사 주가보다 20~30% 저평가돼 있는 이유는 건전성과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국민공모 방식은 지분이 과도하게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현재보다 더 떨어진다면 국민주를 받은 서민들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금융 측은 민영화만 이뤄진다면 주가는 반등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에는 우리금융 주식 가치가 신한·KB 등 경쟁사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며 “지분구조도 장기적으로 경쟁사와 비슷한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보유 지분 가운데 국민공모를 하는 주식 비율을 조정해 민영화할 경우 주가가 오르면서 중장기적으로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6일 증권시장에서 우리금융 주가는 200원(1.42%) 오른 1만4300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 주가는 민영화 얘기가 본격화된 최근 한달여 동안 16.7%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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