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서울보증 사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생계형 서민 채무자의 연체이자를 면제하고 원금 일부를 감면한 후 이들이 최대 5년까지 채무를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이 제시한 채무 감면안에 따르면 생계형 채무자 19만명은 대출 원금의 30~50%를 탕감 받고 감액된 원금을 5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서울보증의 이 같은 서민 구호책을 바라보는 금융권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공적자금을 받은 서울보증이 자금 상환을 마무하기도 전에 부채탕감 조치를 취한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신임 사장이 자신의 입신을 위해 분수에 맞지 않는 선심을 쓴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없는 살림에 지나친 호의를 베풀어 도마에 올랐던 서울보증은 급기야 금융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6일 “당국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부채감면 조치를 발표해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보증은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으로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건전한 경영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국민의 혈세로 연명하는 기관이 트인 숨통을 앞세워 빈 주머니를 풀어 헤치는 것은 서민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채무감면 본연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
더구나 채무감면 조치가 경영 상태에 영향을 미쳐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저해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와 부담은 또 다시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서울보증은 이번 채무감면 조치에 돌입하기 앞서 서민 살리기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