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실적 쌓기에 급급했던 지자체들이 자전거도로를 설치했다가 쏟아지는 민원에 다시 철거하는 사례도 빈발한다. 또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예산도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지난 2009년 141억원을 들여 설치한 도심 4개 권역의 자전거도로 37.3㎞ 중 상당부분을 철거하거나 축소했다. 대부분 기존 자동차도로를 축소해 만드는 바람에 교통 체증만 심화되면서 시민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만들어진지 두 달도 안된 서초구 잠원동 일대 자전거 전용도로를 철거했다. 차량 진입 등의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했던 경계석이 차량 흐름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천호대로 등 곳곳에 설치된 자전거도로가 이용자는 거의 없고 교통난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3월 대덕대로(계룡로 네거리~대덕대교)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경기 의왕시의 자전거도로도 시가 지난해 10월 이곳에 자전거 도로용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한 달만에 철거해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많은 예산을 들여 자전거도로를 설치했지만 이용자 수요나 주변 도로와의 연계성, 차량·보행자 안정 등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진행하면서 파열음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설치되고 있는 자전거도로 대부분이 보행자 겸용인 것도 문제다. 기존 인도의 일부분을 떼어 설치하다보니 보행자 안전에 위협이 됨은 물론, 자전거 이용도 불편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말 기준 전국 자전거도로는 총연장 1만1387㎞다. 하지만 이 중 자전거 전용도로는 1427㎞로 전체의 12.5%에 불과했다. 자전거 전용차로도 1.7% 정도였으며, 나머지는 전부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였다.
한 자전거동호회 관계자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는 폭이 좁고, 보행자 안전에 문제가 있어 자전거 이용이 불편하다"며 "결국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전거도로가 있어도, 일반 차로를 운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