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위기 전이 우려 고조

2011-05-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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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그리스 재정위기 타개책을 두고 유럽 정치권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그리스발 위기의 주변국 전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그리스가 이르면 7월, 늦어도 내년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재정위기국들의 국채수익률을 띄어올리면서 리스크 전이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년 만기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전날 25%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만기가 같은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23%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두 달 전에 비해 두 배 높은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채권 부문 책임자인 피터 피셔는 "그리스가 채무조정 없이 재정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스 국채뿐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각각 3.52%, 10.9%, 11.8%을 기록하는 등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감이 고조된 것은 그리스에서 불거진 채무조정 및 디폴트 우려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일례로 로이터통신은 이날 유럽연합(EU)이 결국 그리스를 추가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통의 발언을 보도했는데, EU 대변인은 즉각 "또 다른 루머에 불과하다"며 보도내용을 일축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가운데 다음달 말 지급하기로 한 170억 달러를 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히도 했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 경우 그리스는 디폴트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공전하자 이미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물론 스페인 등지로 위기 확산 우려가 번지고 있다. 피셔는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있는 유럽 은행은 어디든 위기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는 유럽 금융시스템 전체가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그리스가 디폴트 사태에 빠지면 유로존의 다른 재정위기국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특히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유럽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예상하기 어렵고, 리스크를 제어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안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찌됐든 그리스 국채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의 40~60%를 잃게 될 것"이라며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채권시장도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역시 금융시스템을 떠받치는 데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에서는 재정긴축안을 두고 정부와 시민들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불 붙은 반(反) 긴축 시위는 2주간 이어지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리스와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광장의 시위대는 전날 30여개의 텐트를 치고 집회에 참가했는데 이들은 무기력한 상태에서 깨어나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촉구하자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위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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