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부실책임 털기 어디까지?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저축은행에 대한 재산 환수 대상에 사외이사와 부당 대출자까지 포함됐다.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한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는 취지이지만 재산 환수 대상이 광범위하게 확대돼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올해 영업정지를 당한 8개 저축은행에 대한 재산 환수 대상을 대주주 외에 전·현직 사외이사와 감사로 확대키로 했다.

예보가 운영 중인 재산환수 조사본부는 지난달 법 개정으로 가능해진 일괄금융조회권을 발동해 부실 책임이 드러난 사외이사와 감사의 재산을 추적할 방침이다.

또 예보와 검찰은 부실 저축은행에서 부당하게 대출을 받은 대출자도 재산 환수 대상으로 등재하고 부실 책임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자료 제출 및 분식회계 등을 통해 부당하게 대출을 받았을 경우 해당 저축은행의 경영 부실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이를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120개 특수목적회사(SPC)가 우선 포함될 전망이다.

예보는 대상에 포함된 SPC를 상대로 대출약관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검찰과 함께 SPC의 임원 및 주주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과 예보는 부당인출 정황이 포착된 5000만원 초과 인출자에 대한 예금 회수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사해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이 가능하다는 법률검토 결과를 얻어냈으며, 이를 예보에 통보해 채권자 취소권이나 부인권을 적용해 부당 인출된 예금을 회수토록 했다.

채권자 취소권은 불법행위로 다른 채권자의 권익을 침해했을 경우 이 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으로, 영업정지 중인 부산계열 저축은행과 보해·도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에 적용할 수 있다.

또 부인권은 파산 전 불법적인 채무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파산을 신청한 옛 삼화저축은행에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예보와 검찰의 조사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대상자가 너무 많아 재산 환수 및 예금 회수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운좋게 그물을 빠져나가는 예금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임원은 “업계에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내부 혼란도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판을 벌릴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