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연구기획안을 제출해도 결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R&D 투자도 소극적인데다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이에 대한 책임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최근 R&D 지원이 강화되면서 연구원들도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LG전자 R&D센터 직원)
지난해 국내 주요기업들이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며 잔치를 벌이는 동안 LG전자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경쟁사와 달리 적자에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아웃사이더로 밀렸다. 주요 시장조사기관의 점유율 조사에서도 휴대폰 3위라는 위상과 맞지않게 기타 제조사(Others)로 취급됐다.
TV시장에서도 무기력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LED, 3D 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동안 이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글로벌 2위 자리는 유지했지만 미래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LG전자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구원투수 역할을 자청한 구본준 부회장(사진)이 LG전자의 수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첫 반격은 시네마 3DTV부터 시작됐다. LG 자체기술인 편광을 업그레이드한 FPR 패널이 승부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1분기 3D TV 점유율은 8.1%를 기록했다.(디스플레이서치) 이는 지난해 4분기 5.7% 대비 42% 포인트 성장한 수치다. 특히 호응을 받고 있는 시네마 3DTV 출시시기가 2월이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2분기 성장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역시 1분기 점유율 4%로 글로벌 6위에 올랐다.(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지난해 2.1%(8위)에서 두배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는 조직문화 변신과 더불어 계열사들 사이의 협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간 LG 전자계열사들은 경쟁사에 비해 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구 부회장 취임 이후 상호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면서 제품 개발에서부터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다.
3D TV는 LG화학의 필름과 LG디스플레이의 패널, LG이노텍의 LED소자 LG전자의 TV 기술이 종합적으로 이뤄졌다. 스마트폰 전략모델인 옵티머스 블랙 역시 LG디스플레이의 '노바'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노바는 밝은 화면으로 야외 사용이 많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각개전투를 벌여왔던 이들 계열사들이 힘을 뭉칠 수 있게 된 것 역시 구본준 부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직접 주요 사업을 챙기면서 사업 결정과 실행 속도가 빨라진데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이 독기를 품고 한방향으로 달리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계열사 간의 협의 테이블도 늘어나면서 기술개발에서 제품 기획, 영업,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