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첫 운행 이후 14개월 동안 41회에 걸쳐 고장 및 사고가 발생한 KTX산천. |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이 정도쯤 되면 KTX산천이 아니라 KTX황천이 아니냐.” 최근 연이어 터지는 KTX산천 사고에 대해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글이다. 지난 2008년 11월 양산차 생산을 시작한 KTX산천은 시험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 정식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이후 이 달까지 14개월 동안 41차례나 크고 작은 고장과 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에 세 번 꼴이다. 그 동안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결국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리콜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인 KTX산천의 열차 차체 품질과 관리체계에 대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브라질, 중국 등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KTX산천의 열차 차체와 관리·운영 상의 문제가 없는지 3회에 걸쳐 점검한다.<편집자 주>
지금까지 발생한 KTX산천 사고는 대부분 모터블록·배터리·신호체계 등 열차 운행의 핵심적인 부분이 고장을 일으켜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레일과 제작사인 현대로템 측은 ‘안정화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의 사고라는 말만 되풀이 해왔다.
모터블록은 KTX산천의 전력변환장치로 견인전동기에 전원을 공급하고 제어하는 장치다. 한마디로 전기량을 조절해 바퀴를 굴리는 열차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모터블록으로 인한 사고는 지난해 10월 13일 부산 금정터널 사고가 대표적이다. 모터블록 오작동으로 5시간 넘게 터널 안에 멈춰 선 것이다. 또 보름도 안돼 천안아산역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그 때도 코레일은 “일시적인 문제이며 기준에 맞게 검수하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터블록의 고장은 대수롭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철도 전문가는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을 보면 부품 자체의 결함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모터블록 고장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수조사 등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모터블록에 대한 성능 문제는 KTX산천이 개발되기 이전인 KTX-1 도입 때부터 제기됐다는 점이다.
24일 코레일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KTX-1 도입 후 하자보증기간(2004년 4월~2006년 3월)은 물론, 그 이후에도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KTX 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사의 모터블록 전문가로부터 1년 동안 추가 자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내재됐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서둘러 진행한 고속철도 국산화가 차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잦은 사고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KTX산천은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G7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의 결과물로 탄생한 ‘HSR-350x’의 제작기술을 이용해 2006년 사업을 수주한 현대로템이 독점 제작했다.
2년 뒤인 2008년 11월 첫 양산차가 출고되고, 2009년 2월 고양차량사업소로 옮겨져 1년여간의 시운전을 거쳐 지난해 3월 2일 공식 운행에 들어갔다. 약 10년만의 국산화, 1년의 시운전기간 등 세계 고속철도 사업 사상 유래없는 진행속도로 사업이 이뤄진 것이다.
한 철도안전공학 전문가는 "설계와 부품을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국산화 된 부품과 그렇지 않은 부품끼리의 호환에 문제가 없는지, 처음부터 중대한 실수가 있었는지에 대해 점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현대로템이 신칸센을 만드는 JR이나 TGV를 생산하는 알스톰처럼 30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가 없이 독점 제작하게 된 것도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일정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서두른 것도 차체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철도노조 한 관계자는 “지난해 KTX산천 공식 운행에 앞서 현대로템에서 개통 시기 등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개통 일정에 맞추다보니 무리하게 차량을 납품해 고장을 불러오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로템은 코레일에 인도한 19대의 KTX산천 가운데 2대는 납품 기한을 맞추지 못해 지체보상금을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