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3년 가까이 꽁꽁 얼어붙었던 분양시장에 봄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고 있다.
비록 부산이기는 하지만 최근 청약을 접수한 한 아파트단지는 모델하우스에 4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더니 순위 내에서 전평형이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치솟는 전세값에 지쳐 매매로 돌아서는 사례가 나오는 등 주택 매매수요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1월) 전국에서 매매신고된 아파트는 4만5345가구로 작년 12월(6만3192가구)에 비해 28.2% 감소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되었던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매매수요가 줄었다기 보다는 1월이라는 계절적 수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4년(2007∼2010년)간 같은 달 평균 거래량(3만4503가구) 보다 31.4%(1만842가구)가 증가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주택공급 감소세는 여전하다. 자칫 앞으로 2~3년 뒤에는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주택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올해 분양계획을 보면 17만8701가구가 예정돼 있다. 이는 지난해 계획물량 22만2438가구와 비교해 20%나 줄어든 것이다.
수도권이 12만8300가구, 지방 5만401가구다. 사업유형별로는 재개발·재건축이 7만1167가구로 전체 물량의 39.8%를 차지한다. 그 만큼 일반 분양 물량이 적다.
지난해 건설사들의 실제 분양실적은 계획 대비 28% 수준인 6만2345가구에 그친 것을 감안할 때 올해도 실제 분양물량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은 법원경매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달들어 법원 경매시장에서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의 아파트 낙찰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낙찰률은 경매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의 비율로 낙찰률이 높으면 거래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들어 15일까지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평균 낙찰률은 44.8%로 전 달에 비해 25.3%포인트 급등했다.
서초구는 지난달 24.4%에서 57.9%로 무려 33.5%포인트가 높아졌다. 용인도 12.3%에서 40.6%, 송파는 33.3%에서 61.5%로 치솟았다.
실제로 법원경매 현장에서는 2~3회 유찰을 겪은 뒤에야 주인을 찾던 물건들이 1회 유찰 후 바로 낙찰되거나 고가아파트가 감정가를 넘어서 낙찰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감정가 23억원에 처음으로 입찰에 부쳐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60㎡는 감정가의 102.2%인 23억51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건설사들은 아직까지 조심스럽기만 하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주택시장이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미분양 우려가 큰 지역이나 자체개발사업은 가능한 지양하고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 중심의 재개발·재건축 사업 물량을 중심으로 분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