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에 옌스 바이트만(42) 총리 수석경제보좌관이 임명됐다. 사상 최연소 중앙은행 총재다.
그는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지만 지난 5년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최측근으로 독일의 경제정책을 배후에서 지휘한 '경제 신동'으로 알려졌다.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 엑상프로스, 파리, 그리고 독일 본 등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바이트만은 프랑스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금융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으며 2003년에는 경제전문가 5명으로 구성돼 일명 '5현자(賢者)위원회'로 불리는 독일 경제정책자문위원회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2006년에는 악셀 베버 현 분데스방크 총재의 추천으로 총리실로 들어갔다. 바이트만이 본에서 공부하던 시절 담당 교수였던 베버 총재는 경제 이론에 대한 뛰어난 이해력과 실용주의적 성향을 높이 평가해 메르켈 총리에게 그를 천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해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내용과 전략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고 2009년에는 총리를 대리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의제를 조율하고 다른 나라와 협력을 도모하는 `셰르파(Sherpa)'로 활동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바이트만을 "총리에 귀엣말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총리 측근이 중간 과정 없이 곧바로 분데스방크 총재로 직행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토르슈텐 폴라이트 연구원은 AFP 통신에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 파이낸셜 타임스(FT) 독일판은 "5년간 총리의 의도대로 정책을 수행했던 사람이 때론 정부에 맞서 인플레이션과 신뢰 있는 싸움을 펼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야당인 사민당(SPD)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손상될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집권 연정의 소수 파트너인 자민당(FDP)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헬무트 콜 총리 시절 재무차관과 총리 보좌관을 지낸 한스 티트마이어는 분데스방크 총재에 오른 뒤 유로화 도입을 비롯한 현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바이트만이 분데스방크 총재에 오른 후 이른 시일 내에 메르켈 총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