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다산첩(茶山帖). |
초의선사는 해남 대둔사에 남아있던 선다를 복원해 ‘초의차’를 완성했다. 당시는 서울의 문인들이 청나라의 차 문화를 접하면서 차에 대한 애호와 관심이 확대되고 있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초의는 추사를 비롯한 서울의 문인들과 교유를 하면서 명성을 떨쳤다.
특히 정조의 사위인 홍현주가 차에 대해 질문한 것을 계기로 초의는 ‘동다송’을 지었다. 이를 통해 초의는 명실상부한 조선의 ‘다성’으로 추앙받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모두 140여점의 자료가 사승·교유·시·다·학의 다섯 개 주제로 전시된다. 이를 통해 초의의 차와 시, 그리고 학문의 세계를 종합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먼저 주목을 끄는 것은 박영보 친필의 ‘남다병서’와 신위 친필의 ‘남다시병서’, 그리고 다산 정약용의 제자 황상의 친필 ‘걸명시’다. 이들은 모두 초의의 차문화 복원을 칭찬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귀한 자료들이다. 또한 동다송이 저술되는 과정이 담긴 변지화의 편지도 공개된다. 당시 서울의 문인들이 차문화에 빠져있던 모습을 보여주는 유득공의 아들 유본학이 보유하고 있던 ‘파공석조도’도 처음 공개된다.
초의의 친필 편지를 포함한 친필 자료도 여러 점 공개된다. 이중에는 서울의 문인들과 함께 지은 시들이 실린 초의의 친필 ‘시축’이 눈길을 끈다. 초의의 친필 자료는 아니지만 초의가 소장했던 서적의 목록을 기록한 ‘일지암서책목록’도 공개된다. 여기에는 초의가 소장했던 방대한 분량의 서책과 서화가 포함되어 있어 그의 학문세계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교유’다. 그 중에서도 초의가 추사 김정희에게 처음으로 올린 편지가 가장 돋보인다. 이 편지에서 초의는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내력을 이야기하며, 교유를 허락한 추사에게 무한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이후 이 두 사람은 신분을 뛰어넘어 평생지기 보내게 되는데, 이 편지가 그 시작인 셈이다.
또한 승려들도 공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다산이 사미승에게 써준 친필 서첩은 문집에도 실려 있지 않은 중요한 자료이다. 이 밖에도 각계의 인물들이 초의에게 보낸 40여점의 편지들도 처음 공개된다.
한편 이번 전시에 앞서 29일 열린 제2회 화봉 학술문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수상자는 박동춘 동아시아 차 문화 연구소 소장이다. 박동춘 소장은 ‘초의선사의 차문화 연구’ 저술을 통해 초의의 차문화를 깊이 연구했다. ‘명선 초의전’을 통해 초의선사의 차문화 보급에 공헌한 점이 인정돼 수상자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