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2.5%→2.75%)를 올린 것과 맞물려 이날 대책으로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상반기까지 억제할 공공요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가 정상적인 시장기능마저 통제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게 될 경우 오히려 하방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근원적 한계 내포
정부도 이번 대책이 물가를 인위적으로 잡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그래서 가장 역점을 둔 게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료, 도시가스료(도매), 우편료, 열차료, 광역상수도료 등 공공요금 동결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요금 역시 어차피 하반기 이후에는 현실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근원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공공요금도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경우 상반기 인상분을 일정 부분 하반기로 전환하는 분산방안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가스요금에 적용되고 있는 '연료비 연동제'를 전기요금으로까지 확대키로 한 바 있다. 한국전력 등 발전회사들의 적자 누적 규모가 잠재적인 부실요인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에너지 절약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이 또한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물가불안을 잠재워야 한다는 취지에 밀려 한전 등 관련 공기업들의 경영압박은 오히려 커지게 됐다. '공공요금 안정' 등 물가안정 노력을 경영평가 지표에 신설키로 한 것 역시 공기업들에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등록금 인상은 국립대는 동결, 사립대의 경우 인상요인이 있더라도 3% 이내로 억제하지 않는 경우에는 교부금 등에서 재정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밖에도 이상한파와 구제역 등 미숙한 정책대응으로 물가불안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는 농축수산물 수급안정책은 지난 11일 범정부적으로 내놓았던 대책 외에 뚜렷한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재탕·삼탕 정책…시장은 웃는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노리는 타깃은 결과적으로 민간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물가관리 기관이 집중감시 품목으로 선정한 밀가루, 음료(두유 등), 과자, 김치, 두부, 치즈 등 가공식품 업계는 연초 가격을 대폭 올렸다가 대대적인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언발에 오줌누듯'이 찔끔찔끔 내렸다.
윤종원 국장은 가격을 너무 짓누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공공요금은 정부가 통제하는 것이고, 공정위 등도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으로 원가상승분 이상의 가격 인상과 독과점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제한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맥은 제대로 짚었지만 번번이 정부 대책의 처방과 효과가 기대를 밑돌았던 것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석유제품 가격이 합리적으로 결정되는지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사실 휘발유 등 연료 가격은 소비자들의 지출목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ℓ당 2000원을 호가하고 있다. 지역별·제품별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지난 2007년에도 국내 정유4사는 휘발유 담합이 적발돼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지만 소비자 후생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1일 기준으로 두바이유 현물가는 91.8 달러로 치솟았다. 1년 전보다 무려 12.8%나 오른 셈이다. 그만큼 물가기관들의 감시에 대한 정유사들의 대응 또한 치밀해지고 있다.
◆물가 고차원 방정식…가급적 시장에 맡겨야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5% 내외로 연착륙시키려다 보니 시장 상황과 괴리된 백화점식 물가대책이 남발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고차원방정식이 된 물가안정에는 가급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물가 대처를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가급적 자제해야 하며, 성장 지상주의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