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품는 국가전략 세우자] 대양국가를 향하여 펼쳐라 /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장

2011-01-1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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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년 전인 2006년 11월 중국 국영 중앙방송국(CCTV)은 중국을 뒤흔든 12부작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제작해 방영했다.

제목대로 ‘강대국은 어떻게 일어섰는가’에 초점을 맞춰 15세기에서 20세기까지 세계를 경영한 9개국(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미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첫째, 저명한 해군 전략가인 알프레드 마한(Alfred Mahan)이 그의 역저 '역사에 미친 해군력의 영향'에서 설파했듯이 정말로 ‘바다를 지배한 자가 세계를 지배’해 왔다는 것과 둘째, 중국이 해양을 발판삼아 10번째로 세계를 경영할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열망과 야망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여서 해양으로의 진출이 매우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으며 주변에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해양강국들이 포진돼 있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의 국가정책에서 ‘바다’는 언제나 ‘육지’에 우선순위를 내주었고, 아직도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천시하는 경향이 남아있어 해양 강국들의 사례는 그저 ‘사례’에 지나지 않았다.

태초부터 인류는 바다와 더불어 살아왔지만 바다는 인간에게 그 비밀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켜 지구 밖 우주표면에 인류의 첫 발자국을 남겼고, 1989년 지구로부터 약 40억㎞ 이상 떨어진 해왕성에 보이저 2호를 보냈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1995년이 돼서야 일본의 무인탐사선이 세계에서 가장 깊은 1만700m의 마리아나 해구에 도달했을 뿐이다. 바다는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높은 수압과 낮은 수온, 그리고 어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우주를 탐사하는 것 이상의 혹독한 환경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할 첨단 기술력이 없으면 탐사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인류에게 가장 가까운 기회의 공간, 바다를 향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소위 ‘자원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해양에서 에너지, 자원 등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 경쟁의 한 축에는 ‘선진국 리그’로 불리는 대양에서의 ‘해양자원 개발’이 자리 잡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해양자원 개발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야 실용화가 가능하기에 선진국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오던 게 현실이다.

2010년 말 중·일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해양영토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략자원인 희토류를 중국이 일본에 수출중단을 선언한 것도 ‘자원이 언제든지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례로 볼 수 있다.

대양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이 1994년 본격 발효되면서부터다. 해양국가들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을 선포, 보호하기 시작하였고, 더불어 확장대륙붕 경계선들을 선포하기 시작하면서 자국 주변해역을 벗어나 새로운 해역으로의 진출을 위해 대양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더불어 대양이 지구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 줄 공간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역사적·인위적 요인에 의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는 이제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대양으로 연결된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 한파 등의 자연재해 저감 또는 완화를 위해서도 국제 공동의 노력과 해결책 마련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척박한 환경에서도 꾸준한 해양과학 연구를 통하여 대양에서 소기의 성과들을 거둬왔다. 태평양에 남한 면적의 3/4에 해당하는 7.5만㎢에 심해저 망간단괴 독점개발 광구를 확보하여 2015년부터 망간단괴, 망간각 상용화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며, 남서태평양 국가인 통가의 배타적경제수역 내에 경상북도 면적(19,056㎢)의 해저열수광상 독점탐사권을 획득했다.

2013년부터는 해저열수광상의 상용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략금속의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더불어 혹한의 남극 세종기지 및 북극 다산기지, 열대의 남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에서 해양과학기지를 운용하는 등 해양연구의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특히 열대 해역은 해양자원 개발 및 기후변화 문제 등을 다학제적으로 연구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것으로 알려지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열대해역에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여 신약개발, 신물질 추출 등 해양생명공학연구에 용이하며 연중 따뜻한 해수를 이용한 양식 산업 기술 개발에 유리하다.

또 우리나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진원지인 열대 해역에서 해양과 기후의 상호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고, 한반도의 아열대화에 대비한 질병, 병원균 연구 등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이처럼 잠재가치가 높은 열대 해역을 포함한 대양연구 수행에 필요한 좋은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인 ‘천리안’이 발사되어 자료를 수신하고 있으며, 심해탐사를 위한 자율무인잠수정(AUV)의 핵심기술도 개발되었다. 대양연구에 필수적인 5000톤급 해양과학연구선까지 2013년 말에 건조될 예정이다.

또 오는 23일부터는 해양분야의 ‘G-20’으로 불리는 제12차 ‘전지구해양협의체(POGO)‘ 회의가 한국해양연구원 주최로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해양과학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동시에 대양연구를 위한 공동연구의 파트너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우리나라 해양연구의 국가대표로서 대양에서의 국제공동연구 활성화 및 교류확산을 위해 지난해 KORDI-NOAA(미국) Lab을 설치한데 이어 KORDI-EURO(영국) Lab 및 KORDI-JAMSTEC(일본) Lab을 설치할 예정이다.

그리고 남태평양뿐만 아니라 지리적·자원적 요충지인 인도양을 개척하기 위해서 인도네시아 또는 베트남에 또 다른 해양과학연구 전진기지인 동남아연구센터 설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래세대까지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대양으로 눈을 돌릴 시점에 이르렀다. 해양강대국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우리에게 열릴 좋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때다. 해양자원 확보 및 해양개발을 위한 해양영역 확대에 주목하고 장기적 안목의 정책 수립과 지원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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