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은행권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과 농협 등 6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1조3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5615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이 1조1954억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신한은행(5500억원), 하나은행(2693억원), 국민은행(2649억원), 기업은행(1946억원), 농협(873억원) 등의 순이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증가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주택 매매 수요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집을 구입하는 대신 전세로 살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관망세가 확산된 결과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실적은 예년 수준을 밑돌았다.
10월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79조65억원으로 지난 1월보다 14조1684억원 증가했다. 지난 2009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2조7466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실적 악화에 따른 손실을 전세자금대출로 상쇄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수익의 양대 축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인데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실적이 크게 줄었다”며 “다행히 전세자금 수요가 늘어나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전세자금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화재 우리은행 주택금융부 부장은 “내년에도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주택 구입을 꺼리면서 전세에 들어가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전세자금대출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남수 팀장도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40% 가량 축소될 예정”이라며 “다들 전세를 못 구해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내년 전세난 심화에 대비해 국민주택기금 중 전세자금 물량을 늘린 상황이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규모를 5조7000억원으로 증액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올해 전세자금 지원액은 4조원 가량으로 내년 전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예산을 5조7000억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