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중국계 은행이 국내 대형 은행을 인수합병(M&A)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향후 행보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국보다 경쟁 우위를 보이는 분야를 더욱 가다듬어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중국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전략에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중국 내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 우리금융지주에서 분리 매각될 예정이었던 광주은행 인수전에 참여했을 때 국내 금융권은 화들짝 놀랐다.
결과적으로 우리금융 민영화가 잠정 중단되면서 중국계 자금의 국내 은행 인수가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중국계 은행들이 한국을 주요 투자처 중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중국계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높고 자금조달 능력이 우수해 규모 면에서는 국내 은행과 비교가 안 된다”며 “중국계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상당 수의 은행이 넘어갈 수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상은행은 KB금융지주와의 업무협력 강화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외환은행 인수자금 마련에 여념이 없는 하나금융지주에 투자하려는 중국계 자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민영화가 시작되는 산업은행에 일부 중국계 은행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중국계 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해 지분투자 및 M&A에 나서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이는 최근 중국계 은행들의 공격적인 해외진출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다른 하나는 국내 금융시장이 견실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데다 중국보다 앞선 금융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아직까지 중국의 금융산업은 한국보다 경쟁력이 낮지만 추월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전에 미리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이창영 중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제조업과 달리 금융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공상은행 등 초대형 은행들은 우리보다 앞선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이 가진 장점을 더욱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치훈 부장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뱅킹서비스나 금융전산 자동화 등 IT 분야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과 은행이 직접 연결돼 있는 ‘펌뱅킹(Firm banking)’을 통해 캐시 매니지먼트(Cash Management) 등도 중국보다 앞서 있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중국계 은행들의 해외진출 전략을 참고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변현수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초국적화지수(TNI)를 보면 자산 및 수익의 국내 비중이 97%로 해외는 3%에 불과하다”며 “해외진출은 필수 과제이며 동남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계 은행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