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1일 영변에 원심분리기 2천여기를 설치했다고 공개한 이른바 '우라늄 농축 위협' 사건에는 느린 대응을 하던 중국이 23일 북한의 연평도 겨냥 포격 사건에는 빠른 대응을 하고 나서면서 미세하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은 26일 김성환 외교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사태해결과 관련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고서 포격사건 발생후 처음으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만난 것을 확인되는 등 중국의 호흡빠른 외교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양 외교부장은 이어 일본과 러시아의 외교장관과도 전화회담을 통해 협조를 당부했다.
아울러 다이빙궈(戴炳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27일 한국을 방문해 김성환 외교장관과 회담한데 이어 28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중국의 실무외교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방한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메시지를 갖고 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그의 다음 행선지가 북한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양 부장과 지 대사와의 회동을 통해 우라늄 농축 위협은 물론 연평도 사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연평도 포격사건후 중국은 한-미-일 3국으로부터 '책임있는 역할'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아왔으며 중국의 최근 발빠른 외교 행보는 그런 압력과는 관련이 있어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중국이 북한에 대해 분명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 역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큰 만큼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중국이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일단 중국의 중재외교는 남북한과 미국을 동시 접촉하면서 우선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특히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그에 대응한 미 항모 참가 한미 서해합동군사훈련은 서로 뗄레야 뗄수 없는 문제로 이를 동시에 풀어야 하며 그 해법은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라는 인식이다. 아울러 그런 상황이 조성되려면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에는 나름 '압박' 조치를 취하면서 강공을 자제시키는 한편 한미 양국에는 미 항모의 서해 진입이 북한을 다시 자극해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아울러 연평도 포격 사건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겨져 대북제재를 논의하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을 쓰는 기색이다.
천안함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안보리 무대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절차를 갖게 되면 적어도 수개월은 소요될 것이고 자치 그 기간에 추가로 상황이 악화돼 자칫 한반도 긴장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와 더불어 남북한에는 냉정과 절제 속에서 대화와 접촉을 하루 빨리 시작하라고 주문했는가하면 관련국에 "각 측이 긴장완화와 한반도 평화에 유리한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면서 불필요한 '자극'을 삼가달라는 주문을 내고 있다.
중국은 이런 과정을 통해 북핵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중국은 일단 6자회담이 재개되면 그 틀 안에서 우라늄 농축 위협도 의제로 올려 논의하고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그런 사건의 근본적인 재발방지를 위한 평화체제 구축 논의 등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그런 태도는 기존 6자회담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과 민간인 사상자까지 초래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질책은 없고 무작정 대화만 재개하자는 것이냐는 한국-미국-일본 등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8일 서해에서 미 제7함대의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했고 북한 역시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중국의 중재외교가 성과를 거둘수 있을 지에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미 양국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비롯해 국제적인 비확산 체제를 더욱 강화할 태세이고 이에 북한이 군사적 위협 강화로 맞서면 앞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와는 달리 우라늄 농축 위협→연평도 포격→한미 서해군사훈련→북한의 추가대응 예고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데 안보불안감이 커지면서 이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역설'이 힘을 얻으면서 중국의 중재외교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아 중국의 중재외교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