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과연 론스타가 '먹튀'가 될 것인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한국시장에서 탈출하는 모양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에서 발생한 수익 일부를 한국사회에 기부하고, 세금을 납부하기로 한 만큼 약속 이행 여부가 먹튀를 가늠짓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 한국에서 연 14.29% 수익률 올린 론스타 '먹튀되나'
론스타는 투자 7년 만에 배당수익 등을 통해 투자원금인 2조1548억원과 맞먹는 돈을 챙겼다. 연율로 환산하면 매년 14.29%의 수익률을 달성한 셈이다.
한국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가한 론스타가 '출구전략'에 시동을 건 만큼 향후 행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 징수 공방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론스타는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 징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세청은 원칙대로 과세한다는 입장이다.
론스타의 이번 외환은행 매각가격은 4조6000억원으로 국세청은 매각대금의 10%을 원천징수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지난 2007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13.6%를 처분해 받은 양도대금 1조1928억원의 10%인 1192억여원에 대해서도 원천징수했다.
하지만 론스타는 과세가 부당하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공방이 예상된다.
또 론스타가 지난 2006년에 한국사회 발전을 위해 1000억원을 기부하겠는 약속을 이행할 지도 관심사다.
아울러 론스타가 은행 성장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집착한다는 지적을 부르는 등 국민감정을 상하게 한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에서 매각까지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한 것은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하길 바랐고, 론스타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현대산업개발 본사 등을 사들이는 등 한국 투자에 열중하던 시기였다.
주당 매각가격은 외환은행 주식의 당시 시장가격(주당 3700원)보다 높은 주당 5400원에 사들였다.
외환은행은 주당 8000원 이상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가 투자금 조기 회수로 방침을 정하며 묵살됐다.
2년 뒤인 2005년 론스타가 단기차익을 실현하자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며 HSBC 등과 협상을 벌였으나, 당국의 제지로 실패로 돌아갔다.
이듬해인 2006년에도 매각 작업을 벌였다. 당시에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HSBC 등이 전향적인 자세로 인수·합병(M&A)에 나섰고, 구체적인 매각 가격까지 제시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크게 반발, 국민·하나 등 국내은행의 실사를 막고 론스타를 소송하는 등 문제를 키우자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론스타는 2007~2008년에도 HSBC와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HSBC의 포기로 결렬됐다.
2009년 들어 금융위기가 잦아들며 론스타는 다시 인수자를 찾았고, 호주 ANZ 은행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적극적으로 막후 전략을 시도하며 결국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에 매각이 결정됐다. 론스타가 투자한 지 7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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