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트르부르크에서 한국까지 전시회서 떠나는 러시아 기행

2010-11-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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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유라시아문화, 만남으로의 여행'

   
 

시베리아 쇼르족의 샤먼북, 조선 후기 궁중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은입사촛대, 조선시대 상궁이 러시아 귀부인에게 쓴 국문편지, 러시아 의사 야쭈트가 수집한 조선 후기 한약재,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국립민속박물관은 내년 3월 14일까지 ‘유라시아 문화, 만남으로의 여행전’을 연다. 러시아 표트르대제 인류학·민족지학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 654점이 전시된다. 여행 콘셉트를 살려 여권형태의 안내책자도 제작됐다.

러시아 표트르대제 박물관은 1714년 문을 연 러시아 최초의 박물관이다. 박물관 용도로 지은 세계 최초의 건물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의 박물관이 궁궐을 개조해 개관했던 것에 비해 표트르대제 박물관은 애당초 박물관만을 목적으로 지어졌다. 기이하고 신기한 유물을 수집해 ‘꾼스까메라’, 러시아 말로 ‘기이한 방’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민족의 생활문화를 보여줌으로써 다문화 시대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 이해와 배려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유라시아 민족을 만날 수 있다. 동유럽·중앙아시아·시베리아·만주 등지에 살고 있는 핀·위그르계, 카잔 타타르 족 등 다양한 생활문화를 살펴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대표적 가옥인 ‘유르타’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화로를 중심으로 남녀의 구분이 엄격하고 이동이 쉬운 친환경 가옥구조 형태"라며 " 집을 만드는 일은 보통 여성의 몫인데 3시간 만에 집 한 채를 뚝딱 짓는다"고 전했다.

러시아정교· 이슬람교· 불교 그리고 샤머니즘까지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다양한 종교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전시회의 특색이다. 시베리아의 소수민족인 쇼르족의 샤먼 북  등 샤머니즘과 관련된 전시품이 눈길을 끈다. 북은 시베리아 샤먼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인간의 세계를 중앙에, 천신의 세계를 윗부분에, 지하의 세계를 아랫부분에 묘사해 우주의 세계를 그렸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러시아 초대 공사 베베르가 수집해 표트르대제 박물관에 기증한 조선 후기 유물도 한국을 찾는다. 궁중에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은입사 촛대엔 용과 봉황이 장식돼 있다. 청동이나 철, 구리 등 금속 그릇에 은실을 이용해 문양을 넣는 세공 기법 뿐만 아니라 도금 ·주조 등 다양한 기법과 뛰어난 기술이 돋보이는 유물이다.

고종의 명으로 된 초청장과 봉투에는 고종황제가 베베르 공사, 러시아 함대의 함장과 사관을 초대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조선시대 일등 상궁이 러시아 부인에게 보낸 한글편지도 완벽한 모습으로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 부인의 안부와 날씨가 좋아지면 방문을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봉투에 ‘근봉(謹封)’이라는 글자가 여럿 적혀 있어 보안에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이 학예연구사는 “러시아가 문화·예술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유가 따로 있다”며 “러시아는 작은 문화재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철저한 문화재 관리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의사 야쭈트가 수집해 현존하는 약재 중 최고(最古)약재로 알려진 한약재가 이번 한국 전시를 찾을 수 있던 이유도 러시아 당국의 꼼꼼한 관리 덕분이었다.

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일한 유럽국가이면서도 그동안 러시아가 멀게만 느껴졌다면 관객은 이번 전시회에서 러시아를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전시장에는 생소하고 어렵다는 러시아어를 직접 쓰고 발음을 들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전시장 밖엔  종이인형을 갈아입히듯 러시아 소수민족 의상을 입혀볼 수 있다. 소금그릇·잉크병·외투 등 전시장 유물 6가지 중 관객이 가장 마음에 드는 유물에 스티커를 붙여 관객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관객이 직접 선정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계속 구상 중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탐험하고 싶거나 아시아와 유럽이 교차하는 독특하고 광활한 유라시아를 만나고 싶다면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아보자.

omn0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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