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용성 기자) 반한감정이 격앙되고 있는 타이완(台湾)에서 또다시 한국인 학교에 계란이 투척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현지 언론들은 지난 20일 타이베이(台北)에 위치한 한국계 초등학교에 계란이 던져진데 이어 22일에도 한 남성이 분을 이기지 못한채 계란을 던졌다고 밝혔다.
타이완 경찰은 현장에서 즉시 범인을 체포해 경찰서로 압송했다. 이 남성은 53세며 경찰서에서 "한국인이 아시안게임 태권도 시합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며 분개해 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계란을 던졌으며 학생들을 다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것.
타이완 경찰은 일련의 조사를 거친 후에 한국의 초등학교가 처벌을 원한다면 명예훼손죄에 의거해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49㎏급 1차 예선에서 대만의 양수쥔(楊淑君) 선수가 금지된 발뒤꿈치 센서 착용으로 몰수패 당한 뒤 일어난 대만의 반한감정은 오는 27일 개최될 선거전에 맞물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당과 야당인 민진당의 수뇌부와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이번 사건을 득표전에 이용하고 있다.
민진당 후보들은 유세전에서 "이번 사건 이면에는 중국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심판이 연합해서 대만선수를 실격시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양수쥔이 억울하게 당했지만 마잉주(馬英九) 대만총통은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으며, 대만을 중국의 노예로 몰아가고 있다"는 등의 자극적인 말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여당인 국민당 후보들 역시 양수쥔을 적극 보호하고 있다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당의 타이베이(臺北) 시장후보를 지원하는 유세전에서 직접 태권도복을 입고 나와 양수쥔을 응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여당측 타이베이 시장후보는 "양 선수에게 금메달리스트와 같은 대우를 제공하겠다"며 유권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마잉주 총통도 직접 나서 "무고한 사람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전 국민이 이성을 지키자"며 진정을 당부했다. 하지만 마 총통은 "양수쥔 선수가 실격한 억울한 사건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반한감정의 불씨를 남겨두었다.
한편 1992년 한국이 대만과 단교한 것이 대만의 반한 감정을 폭발시키는 근본적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년 전 일이지만 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 문제를 거론하며 큰 배신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yscho@ajnews.co.kr[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