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여성문제만 후진적..여성·가정 모두 행복해야 사회 발전"

2010-11-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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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 회장(사진)은 “여성이 행복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다른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유독 여성문제만큼은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여성들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국가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여협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2년 가까이 내부 조직을 정비하는 데 힘썼지만, 앞으로 남은 1년여 간은 여성의 인권과 사회 진출을 보장하는 법 제정 등 정책 활동에 앞장설 계획이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여협 회장으로 취임한 뒤 어떤 활동을 했나?
▲여협이 지난 10여년 간 내적으로 갈등이 좀 있었고 여성운동의 위상도 많이 추락돼 있었다. 그래서 취임 전에 세웠던 계획이 '여성운동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였다. 지난해 초 취임해 조직을 바로 세우고 끊어진 국제 여성단체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노력했다. 그 결실로 외형적인 규모가 2년 사이 배가 늘었다. 정회원 단체가 20여개였던 것이 현재 51개로 늘었고 시ㆍ도 단위로 있는 협동회원 단체가 16개로 늘었다. 작년에 개최한 창립 50주년 여성대회에는 7천명이 모였다.
또 유엔과의 관계나 80여개국이 가입한 세계여성단체협의회와의 관계 등이 복원됐다. 작년에 전체 10명으로 구성된 세계여협 이사진에 당선됐고 올해 아시아지역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5월에 열린 세계여협 임원총회에서 3년마다 열리는 여협 세계총회를 2012년 10월 한국이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여협 활동이 지역 사회에서 활발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다만, 재정이 좀 빈약해 어려움이 있다. 회원들이 낸 회비로 굴러가는 단체가 아니라 여성단체들의 협의체인 엄브렐러(우산) 단체여서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꾸려가기 어렵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김활란 박사와 뜻있는 여성지도자들이 창설한 여협은 지난 50여 년간 우리나라 여성 발전의 산실이었다. 여성과 관련한 모든 법안의 발의가 여협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은 그런 역할을 못했다. 이제 여협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책을 다루고 법을 바꾸고 여성 인권을 둘러싼 폭력적인 환경과 여성의 경제ㆍ정치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법 개정과 정책 활동에 남은 임기를 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나아졌다고 보는가
▲과거보다는 많이 발전을 했지만 그건 우리나라 안에서만 봤을 때의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21세기 들어 여성의 리더십이 뜨고 여성 인력 개발을 중요시하는 때에 우리나라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성격차지수가 134개국 중 115등이다. 여성이 남성 임금의 60% 정도밖에 못 받고 있다. 정책을 실질적으로 만드는 고위공직자를 보면 여성이 1~2급에서 2% 밖에 안 되고 3~4급까지 다 해봤자 5%밖에 안 된다. 현재 해외 대사로 나가 있는 외교관 중 여성은 단 한 명뿐이다. 우리의 경제규모나 다른 위상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은 사회적인 갈등을 야기할 만한 큰 요인이다. 사회구성원의 절반이 여성인데, 갈등을 적게 느끼고 명랑하게 살아야 건강한 사회 아닌가.
많은 여성인력이 잘못 쓰여지고 있다. 향락산업 등 바람직하지 못한 서비스로 가 있고 착취당하고 있다. 부끄러운 면이다. 커리어를 발전시키려는 여성들의 욕구는 높아지는데 출산과 양육 문제가 걸림돌이다. 이런 것들이 빨리 해결돼야 경쟁력있는 나라로 간다. 단지 여성문제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다. 여성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다.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 8개 과제 중 하나가 '여성능력 고양'이다. 빈곤, 교육, 보건 등 우리나라가 다른 과제들은 다 초과달성했는데, 여성 문제만 후진적이다. 이 부분만 껑충 올라가도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가 확 올라간다. 이걸 안 하고는 절대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라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시급한 문제다.

-정책적인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여성친화적인 기업들, 여성 중역을 많이 키우고 보육 비용을 많이 쓰는 기업에 감세를 해준다든가 혜택을 주는 나라가 많다.
핀란드 같은 나라는 정치인의 상당수가 여성들이고 여성을 배려하는 사회 시스템이 상당히 잘 돼 있다. 이런 구조로 핀란드의 투명도가 세계 1위가 됐고 경제도 급속도로 발전했다. 정경유착이 안 되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만 해도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차별철폐조치)'이 철저하게 실행되고 있다. 국가의 예산을 쓰는 사업들은 연구비나 프로젝트 비용을 줄 때 '여성 고용비율 30%'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여교수 할당제'라는 법 제정을 내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앞장섰는데, 여자들이 워낙 교수로 임용이 안 되니까 법으로 강제한 것이다. 지금도 전국 대학교수 중 여성이 15%밖에 안 된다. 미국은 교수할당제의 여성 비율이 30~40%인데, 기본적으로 30%를 기반에 두고 뽑으니 결과적으로 40~50%가 됐다.
전 세계가 다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굉장히 더디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대에 남학생들이 잘 안 가니까 4분의 1을 쿼터로 남학생들을 뽑게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여자가 없는 분야에서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서 여자가 안 보이는 것은 극히 정상으로 생각하고 여자가 많이 들어오는 것만 겁내는데, 그런 인식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특히 고위공무원 승진이나 정치참여에 있어서 여성의 비율을 늘릴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정책은?
▲고용에 있어서 남녀 간 임금 차이가 너무 크다. 남자 정규직의 평균 임금이 300만원 가까이 되는데, 여자 비정규직 평균임금은 100만원 수준이다. 3분의 1밖에 못 받는 거다. 특히 여성이 많이 일하는 직종인 어린이집이나 식당, 미용실 등은 비정규직이 많고 임금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다고 한다. 이런 곳의 임금 실태를 면밀히 조사해서 정책적인 대안을 강구할 것이다.
또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는데, 65세 이상의 2/3가 여성이다. 이들은 대부분 돈이 없거나 남편이 다 쥐고 있어 경제적인 자유 없이 억눌려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도 정책적으로 살펴야 한다.
아울러 미디어에서 '막장드라마' 같은 것들로 잘못된 성의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조만간 여협에 미디어분과위원회를 신설해 이런 부분을 모니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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