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본입찰 D-3...현대家 막판 대결 격화

2010-11-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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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본입찰 마감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은 막판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절대 우위에 있는 자금력과 글로벌 경영능력 등을 내세우며 인수를 자신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전략적 투자자로 영입했던 독일 엔지니어링기업 M+W그룹이 막판에 컨소시엄 참여의사를 철회하면서 인수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지만 큰 변수는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금력' vs '명분'..누가 이길까 = 채권단이 지난 9월24일 매각공고를 낸 이후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만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현대건설 인수전은 일찌감치 두 현대가(家)의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인수전에 나설 때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두 현대가의 싸움은 현대기아차그룹의 넉넉한 '자금력'과 "잃었던 기업을 되찾는 것"이라며 현대그룹이 내세운 '명분'의 대결이 돼 왔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보유주식 약 4천277만4천주(총 발행주식수 대비 38.37%) 가운데 3천887만9천주(34.88%)를 매각하기로 했으며,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3조5천억~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은 차입 없이 자체 자금만으로 인수가 가능하다고 밝혀 왔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인수전 참여가 확정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현금성 자산만 10조원을 웃돌며, 여기에 현대제철을 포함하면 12조원에 달한다.

현대제철의 컨소시엄 참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막판까지 추가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일관제철소를 보유한 기업으로 건설사와 사업적 시너지가 크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최근 외부차입을 늘려 제철소 투자를 진행해 자금 여력은 크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주력 3사의 자금력이 충분하지만, 만일에 대비해 일부 자회사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아 1천500억 원가량의 현금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현대기아차그룹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자금력에서 열세지만 인수에 필요한 '실탄'은 충분히 확보했다며 역시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비해 1조5천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력 계열사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단기 자금 1조9천억원 정도를 끌어모았다.

또 동양종금증권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현대상선 주식과 현대상선이 보유한 컨테이너에 대한 담보대출 형식으로 최대 7천억원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 보유한 자금과 단기 자금 등을 합치면 현대건설 인수 여력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현대그룹의 주장이다.

◇막판 변수 생길까 = 본입찰 마감을 3일 남겨놓은 시점에 두 그룹은 "준비는 이미 끝났다"며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태세다.

하지만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현대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던 M+W그룹이 참여를 철회하는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11일 현대건설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주주협의회에 '비가격 요소'를 중요하게 반영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M+W그룹의 컨소시엄 참여 철회에 대해서는 "비밀 유지 확약서의 비공개 의무 조항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며 그 배경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영 능력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며 M+W그룹을 끌어들였던 애초 명분은 사라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M+W그룹에 기대했던 자금동원에 차질을 빚자 현대그룹이 주력 계열사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단기자금 모으고, 동양종금증권으로부터 7천억원을 유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금융공사가 밝힌 '비가격 요소'는 두 그룹 중 어느 쪽에 유리할지 점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 평가기준에 대해 과거 채권단 사례와 같이 가격 부문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자금조달이나 경영능력, 약속사항 이행, 사회·경제적 책임 등 비가격 부문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영능력과 함께 경영진의 도덕성 등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해 이런 비가격 요소가 인수자를 선정하는데 최종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두 그룹이 예상 밖으로 높은 인수가격을 써낼 때 인수회사와 피인수회사가 동반 부실화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문제가 생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두 그룹이 오는 15일 본입찰에 응한다는 사실만은 확고하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11일 G20 비즈니스 서밋 환영리셉션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잘하고 있다"며 인수에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본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 달라"며 결전의 각오를 내비쳤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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