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쇠고기 서류 테이블 가득 韓 FTA와 별개 문제

2010-11-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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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미국측 요구 거의 수용해 합의 쇠고기, '추가개방' 막판 돌발 변수로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양국 통상장관이 더 논의할 시간을 주자고 합의했다”며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양국 통상팀들이 계속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양국이 지난 4~5일 실무자급 협의에 이어 8~10일 통상장관급 협상을 통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 FTA 협상을 매듭지으려던 당초 계획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자동차 무역 부문에서 우리 측의 환경기준을 낮춰 미국산 자동차 수입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협상이 끝나갈 즈음 양국의 FTA 완전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한·미 FTA 추가협의에서 자동차 부문에선 미국 측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안전기준 △연비 △배기가스 등에 대한 환경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데 큰 틀에서 합의점을 도출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양국 교역의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은 한·미 FTA 발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가 강한 것도 주요인이었지만,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우리 자동차 산업이 입을 피해가 거의 없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9월말까지 우리나라는 미국에 47억3000만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한 반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액은 2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그동안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던 '쇠고기 추가개방' 문제가 막판에 돌발 변수로 작용했다.

정부는 한·미 FTA 추가협의 내내 쇠고기와 한·미 FTA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측이 쇠고기 관련 서류를 협상 테이블에 쌓아놓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을 요청했음에도 우리 정부가 애써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먹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FTA 타결이 어려워지면서 양국 정상은 결국 시간을 좀더 갖고 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개방으로 엄청난 국민적 반발에 직면했던 정부로서 미국산 쇠고기를 추가로 개방하는 것은 자동차와는 달리 매우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 결과에 반대하며 비준반대를 공언하고 나선 야권의 반발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 최종 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고 "추후 협상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협의 실패가 완전한 협상 결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대통령도 "(협상 타결 시점까지)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임을 내비쳤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비록 결론은 나지 않았어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나 조금 더 논의할 사항이 있어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기술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쇠고기 추가개방 요구를 거두는 대신 자동차 부문에서 추가 혜택을 주는 선에서 양국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eekhy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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