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추이(출처:FT) |
전날 유로 대비 달러화 가치는 지난 9월 이후 처음으로 1.40 달러 선 아래로 추락했고 10년 만기 아일랜드 국채 수익률은 7.75%까지 치솟아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재정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이미 7억1100만 유로의 유로존 국채를 사들이며 근 한 달 만에 유로존 국채 매입을 재개했다.
FT는 ECB가 유로존 국채 매입을 재개한 것은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4일 연내 60억 달러 규모의 지출을 줄이고 세금 인상폭을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해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메우겠다고 발표했다.
아일랜드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로 은행권 구제를 위한 일회성 비용까지 포함하면 GDP의 32%에 달한다.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에 적자 규모를 GDP 대비 9.25~9.5% 대로 축소한 뒤 2014년까지 3%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아일랜드가 경제 현실을 무시한 채 과도한 재정 지출 축소 계획을 세웠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유럽 통화위원장의 아일랜드 방문도 유로존 위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이틀간의 일정으로 전날 더블린을 방문했다.
렌 위원의 더블린행은 아일랜드 정부가 내놓은 긴축재정안을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장은 EU 측이 이번 방문을 통해 아일랜드의 재정 심각성을 조사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일랜드 내부에서는 아직 여야 간에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안건의 통과 여부조차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아일랜드의 긴축 재정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EU 역시 이를 승인할 지 불확실하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이 재정건전성을 문제 삼아 아일랜드 국채 매입을 꺼리고 있다"며 "아일랜드 정부가 당장 자금을 조달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국채 시장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면 내년 중반께 보유 자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아일랜드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비단 재정건전성 회복뿐 아니라 주택 담보대출(모기지)시장에까지 걸쳐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기지 상환을 연체하는 가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모기지 대출 문제가 앞으로 아일랜드 은행권의 새로운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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