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두 번째로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G20 회원국의 국제결제은행(BIS) 실질실효환율을 비교한 결과 원화는 지난 9월 현재 81.67로 기준치 100보다 낮은 상태다.
2005년을 기준으로 삼은 BIS의 실질실효환율은 각국의 물가수준을 고려한 장기 균형환율이다. 원화의 경우 18.33% 정도 평가 절상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실질실효환율로 비교해 원화보다 더 저평가된 통화는 G20 중에서 영국 파운드화(81.23) 뿐이었다.
반대로 브라질 헤알화가 148.16으로 가장 고평가돼 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중국 위안화도 124.58과 119.65로 가치가 높게 매겨졌다.
한은 관계자는 "실질실효환율은 기준 시점과 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자국의 이해에 맞게 환율 공방의 논거로 삼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BIS 실질실효환율을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반면 미국은 피터슨경제연구소가 이를 가공한 수치를 통해 위안화 절상 여지가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올해 들어 공식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자본 유출입 규제에 나선 G20 회원국은 자국 통화가치의 변동폭이 크면서 급격한 환율 하락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자본에 금융거래세를 도입한 브라질은 지난 8일 환율이 올해 연고점보다 57.5%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일본은 연고점 대비 하락폭이 39.7%였다.
자본 유출입 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연고점 대비 환율 하락폭도 29.2%와 29.9%로 비교적 큰 편이었다.
지난달 '시장 결정적 환율'에 대해 합의한 G20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이후 환율이 하락한 국가는 캐나다(-1.59%), 터키(-1.38%), 남아프리카공화국(-1.33%), 브라질(-0.93%), 유로지역(-0.56%), 우리나라(-0.38%) 등이었다.
영국(2.48%), 호주(1.82%), 러시아(0.99%), 일본(0.69%), 중국(0.15%) 등은 이 기간 환율이 상승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