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와 멜버른의 평균 주택가격 추이(단위: 1000 호주달러/출처:WSJ) |
최근 호주 부동산중개업체들은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시드니항을 조망할 수 있는 고급 주택 사진을 내걸고 러시아 및 중국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체인 레이화이트는 오는 8일 시드니의 명소인 오페라하우스에서 호화 주택 11채를 경매에 붙일 계획이다. 주택가격은 평균 1000만 호주달러(990만 달러)에 달할 전망으로, 이 업체가 노리는 고객은 주로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이다.
지난해 230억 호주달러 규모의 주택과 업무용 부동산을 팔아치운 레이화이트의 브라이언 화이트 회장은 "미국 주택시장과 비교해봤을 때 호주는 아직 '핵폭탄'을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골드코스트에 있는 힐튼콘도처럼 '브랜드' 가치가 있는 건물은 언제나 부유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만 호주 주택시장 붐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수요도 만만치 않다. 지난주 호주에서 열린 한 주택페어는 현지 투자자 1000여명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호주의 주택 투자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라트 미낵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호주 부동산가격이 15%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일부 주택의 경우 시장가치보다 40%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 20년간 4배나 올랐다. 현재 시드니에 소재한 주택의 평균 가격은 20만 호주달러에 달한다. 미국 뉴욕이나 호놀룰루의 평균 집값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택 대출과 관련한 문제도 적지 않다. 호주는 이미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편이다.
더욱이 호주 중앙은행(RBA)은 전날 기준금리를 0.25%퍼센트 인상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모기지 금리도 함께 오르게 되는 만큼 실구매자들에게는 곤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지 은행들은 아직 주택 가격 폭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마이클 브라이드 커먼웰스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주택시장 붕괴와 호주 상황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의 주택 수요가 두드러진 것은 연간 인구 증가율이 2%에 달하는 데 따른 것"이라며 "호주 은행들은 대출 기준이 엄격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WSJ는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이 올해 주택가격 25% 하락을 포함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가정하고 20개 호주 대형은행에 스트레스테스트(재정건전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모두 통과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