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지방경찰청(가칭) 신설 계획이 경찰 내부 의지와 도민의 기대 속에 추진되고 있지만, 국회 일정에 밀려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북부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경기경찰2청)은 지난 1월 전담반을 편성하고 지방청 신설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지방청을 신설하려면 경찰 조직체계를 규정하는 경찰법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더욱이 집시법과 예산안, 4대강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돼 개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문희상 의원 측은 "경찰법 개정안에 앞서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미뤄지고 있을 뿐"이라며 "여야가 함께 발의한 만큼 의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독립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경기경찰2청은 지방청 위상에 맞는 신청사를 지난 8월 의정부 행정타운에 착공해 2012년 8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며, 11월 착공식을 열 계획이다.
조현오 경찰청장 역시 관심을 두고 9월 취임한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에게 경기북부지역에 지방청을 신설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경기북부지역을 초도 순시한 이 청장은 헬기를 타고 가장 먼저 경기경찰2청 신청사 공사 현장과 접경지역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동안 경기북부지역은 낙후된 도농복합도시가 많은 데다 다른 지역과 달리 휴전선과 접한 지역이 많아 지방청을 신설해 독자적인 안보 치안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독도경비대처럼 민통선 지역에 독립 부서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321가구 941명의 민간인이 사는데도 파주.연천지역 민통선 지역은 군(軍)이 관리하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은 인구가 300만명을 이미 넘어서 전국 시.도 가운데 5위 안에 들며 각종 사건, 사고가 크게 늘어나는 등 치안 수요가 급증했지만,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가 724명으로 서울 411명에 비해 배 가까이나 돼 치안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북부지역 5대 범죄건수는 2008년말 기준 3만3천801건으로 서울 10만6천609건, 경기남부 9만3천384건, 부산 3만6천941건에 이어 4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교통사고 건수도 1만1천878건으로 전국 16개 지방청과 비교해 8위인 인천 1만972건보다 앞설 정도로 치안 수요가 급증 추세다.
이와 함께 경기경찰2청은 준지방청급으로 승격됐는데도 인근의 옛 병무청과 세무서 건물을 임시청사로 사용하면서 조직이 늘어날 때마다 사무실을 옮겨다니는 등 300만명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의 위상을 갖추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북부는 택지개발로 인구가 늘어 수년 내에 경찰서가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비하고 체계적인 경찰 조직 운영을 위해 지방청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