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진현탁 기자) 요즘처럼 필자가 ‘약육강식’이란 단어가 피부 깊숙이 느껴본 적도 없다. 유통업계의 인수합병(M&A)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중심에는 롯데그룹이 자리잡고 있다.
혹자는 롯데그룹를 ‘유통업계 포식자’라고 칭한다. 롯데그룹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막대한 자금력을 내세워 사들인 회사만도 수십 개에 달한다.
GS마트·GS백화점(1조3400억원),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인 타이탄(1조5230억원), 중국 유통업체인 타임스(7300억원), 두산주류사업부(5030억원), AK면세점(2800억원), 바이더웨이(2740억원), 중국 홈쇼핑업체인 럭키파이(1516억원), 필리핀펩시콜라(1184억원), 기린(799억원), 마이비(670억원), 파스퇴르유업(600억원) 등을 잇따라 사들이며 M&A 시장에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만 합쳐도 여느 그룹 계열사 못지 않다는 평가다.
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해 취득한 자금이 이같은 M&A의 밑천이 되지 않았겠냐는 게 업계 일각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포식자’란 꼬리표를 떼낼려는 노력도 심심치않게 목격되곤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의 이런 행보는 그룹 수뇌부의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으로서는 M&A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LG생활건강이 최근 M&A 시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롯데그룹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무조건적인 잡식성 행보와는 달리 목적의식이 강한 M&A 행보라는 점이 돋보인다.
우선 LG생활건강이 저가화장품시장에서 밀린 나머지 더페이스샵(3500억원)를 인수해 저가화장품 공략 토대를 구축했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3853억원)을 인수한 것도 지난 2007년 진출한 녹차와 건강기능 식품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이 최근 파스퇴르 유업 인수에 눈독을 들이다 전격 포기한 배경이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점이라는 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물론 롯데그룹의 M&A 공세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는 데에 동감은 간다. 하지만 한창 잘 나갈 때 한 템포 쉬며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보였으면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을 되새겨볼 시점이다.
또 ‘생존’이란 미명 하의 롯데그룹 M&A 레이더망에 어떤 기업이 포착될지도 비상한 관심거리다. 아울러 그룹에 인수된 기업이 어떻게 변신될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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