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당국이 8일 폭발이나 화재 위험을 들어 항공사 측에 리튬 이온전지(2차전지)에 대한 자발적인 안전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리튬 이온 전지의 항공운송 시 위험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이번 조치는 지난달 말 조종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두바이 유나이티드 파설 서비스(UPS) 항공기 추락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번 지침을 통해 두바이에서 추락한 보잉 747-400 항공기에 다량의 리튬 전지가 탑재돼 있었다는 사실을 사실상 처음으로 공개 인정했다.
사고 당시 이 항공사 기내 화물칸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심하게 뿜어져 나와 착륙을 시도하던 조종사들은 관제사와의 교신에서 시야가 흐려 계기판을 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 항공당국은 현재 FAA 측과 공동으로 추락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경위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현행 항공안전 지침은 항공사 측에 리튬 전지를 대량으로 탑재할 경우 화물 선적업자들로 하여금 선적서류를 정확히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할론 소화액 분출 장비가 갖춰진 항공기 동체의 화물칸에 리튬 전지를 싣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항공운송협회(ATA)는 FAA의 안전지침을 세밀히 검토한 뒤 이 지침에 담긴 권고안을 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데이비드 캐스털버터 대변인이 밝혔다.
미국 전지 제조업체 및 사용자 단체인 PRBA는 성명을 내고 항공당국의 이번 지침은 PRBA의 그동안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기존의 규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리튬 이온 전지의 화재위험을 줄이는 최상의 방책이라고 밝혔다.
1990년대 초부터 10여건의 배터리 관련 화재가 항공기에서 발생했으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FAA 측은 전문가 조사 결과 전지가 고온에 노출되면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나타났다고 공개했으나 섭씨 몇 도에서 이런 열폭주 현상과 폭발이 일어났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리튬 이온 전지는 인화성이 높고 자체발화가 가능하다. 항공기 조종사 출신으로 항공안전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존 콕스는 이런 안전 지침은 리튬 전지 화재가 알려진 것보다 더 번지기 쉽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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