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팍스콘, 노동법 엄중 위반"

근로자들의 연쇄 투신자살로 논란이 됐던 대만 팍스콘(富士康)사의 중국 공장들이 관련 법규를 위반하며 노동자들을 혹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가 8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발간된 중국 당국의 '팍스콘 조사연구 총보고서'를 인용, 팍스콘 중국 공장들이 근로자들에게 초과 근무를 강요하고 이에 따른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엄중하게 노동법규를 위반했다고 소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팍스콘은 근로자들에게 매달 10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를 강요해왔으며 잇단 투신자살로 근로 조건이 열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매달 80시간의 초과 근무를 요구했다. 이는 매달 36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중국 노동계약법상 초과 근무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팍스콘은 자원자들에 한해 초과 근무에 투입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초과 근무에 응하지 않는 근로자에게 아예 초과 근무 기회를 주지 않거나 이런저런 불이익을 줘 사실상 회사측 요구를 따르도록 강요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투신자살 사건 이후 팍스콘은 근로자들의 초과 근무 시간을 매달 80시간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일선 생산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채 80시간을 넘어선 초과 근무 시간에 대해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눈속임'했다.

   근로자들은 "할당된 생산량을 채우지 못하면 의무적으로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보고서는 이는 임금의 150%를 초과 근무 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한 노동계약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팍스콘이 이런 방식으로 근로자들의 초과 근무 수당을 착취했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팍스콘은 학생 실습생들을 대거 고용했으며 이들에게도 가혹한 노동을 강요해왔다. 선전(深천<土+川>)의 룽화(龍華)CMMSG 사업장의 경우 여름방학 기간 2천600명의 근로자 가운데 실습생이 700-1천 명에 이르는 등 상당수 사업장이 근로자의 절반가량을 실습생들로 채웠다.

   이들 실습생에게도 매달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 규정이 예외 없이 적용됐다. 중국은 실습생의 실습 시간이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팍스콘은 직업병 발생이 우려되는 사업장 근로자들에 대해 의무적인 정기 건강 검진을 실시하지 않는 등 근로자들의 건강 관리에도 소홀했다.

   납 등 중금속에 노출되는 도금 사업장에서 16년간 일해온 한 근로자는 "지금껏 한 번도 정기 건강 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었으며 혈중 중금속 농도 검사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또 작업 도중 부상한 근로자들에게는 치료비 일부를 지급하며 공상(工傷)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부상 근로자들은 치료나 보상과 관련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팍스콘 중국 공장에서는 올해 모두 14명이 투신자살을 시도, 이 가운데 12명이 숨졌다. 열악한 노동 환경이 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중국 당국은 지난 6월 진상 조사에 착수하면서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팍스콘은 연쇄 투신자살로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자 지난 6월 선전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을 600 위안에서 1천200 위안으로 인상한 데 이어 이달 들어 또다시 2천 위안으로 대폭 인상하면서 비판 여론 무마에 나섰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