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강정숙 기자) 다음달 11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최근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한 환율전쟁의 진원지인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G20 정상회의를 한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저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국제 통화전쟁'이 격화될 조짐인 가운데 우리 정부도 기존의 신중한 자세에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명박 대통령은 7일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및 경제전문가로 구성된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과 가진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환율 문제 등의 국제 공조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가 아직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세계가 공조해야 한다"면서 "금융위기 때는 국제공제를 했는데 회복기에 들어가니 자기만 보호무역을 한다고 하면 세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환율이 국제경제 문제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어떻게 중재력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과 독일 등이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IMF는 6일 발표한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소비자지출 확대와 해외 시장에 대한 성장의존도 감소를 위해 역내 통화가치를 강화하는 데 있어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저항하면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켜 다른 국가의 통화절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도 있으므로 위안화 절상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환율이 정책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며 "이런 생각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면 글로벌 경제의 회복에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6일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통화 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된 국가들이 통화를 절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간접적으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재차 촉구했다.
가이트너는 "국가들이 통화 가치를 제한하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것이 외환시장에서 '손상의 역학'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오는 23-24일 예정된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연석회담'에 참석하는 라이너 브루더레 독일 경제장관이 위안화 문제가 회동의 주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환율전쟁의 각축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다가 선진국들의 환율논의 요구가 잇따르자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맡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이 시장개입으로 불편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shiwall@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