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주택 소비자·공급자 모두 고정관념 탈피를 - 홍석민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0-09-29 19:11
  • 글자크기 설정

   
 
 
[홍석민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0년 상반기 주택시장은 그 어느 때 보다 극심한 거래 침체를 보였다. 당초 회복세를 기대했지만 아파트 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지면서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새집을 마련하고도 입주하지 못하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실수요자 거래 활성화를 위해 8·29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는 약효가 나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8·29 대책을 통해 주택기금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 방안도 도입했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민간공급자의 미분양해소를 위해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 물량을 50%로 축소시켜 공급 속도를 조절하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대책이 발표된 지 3주가 넘었지만 주택시장은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여전히 썰렁하다.

최근 분양시장을 보면 소비자들이 주택가격이 앞으로도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근 서울 독산동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1순위 청약접수 결과 38가구 모집에 단 4명만이 접수해 0.1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결과이며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징후로도 볼 수 있다.

공급자도 주택시장 침체로 유동성 문제가 가중되면서 2~3년 후의 주택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서울 강남과 서초 보금자리지구에서 분양한 민간택지도 미달 사태를 빚었다.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가격이 비싼 데다 분양가 상한제로 수익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어려워 자금 조달이 여유롭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금 감면,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폐지, 강남권 DTI 폐지 등 주택시장을 정상화를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정부가 추가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2000년대 초 주택수요를 예측하는 많은 연구들이 있었다. 이들 연구에서 2012년이면 주택부족 문제는 거의 해결되고 2018년에는 주택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 현재 주택의 양적인 공급 문제는 거의 해소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2인 가구, 노인가구 증가 같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중소형 주택선호라는 소비심리를 예상하지 못해 소형주택은 부족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2030년에는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2010년 대비 각각 35.7%와 41.1% 증가하고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무려 128%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최근 5년간 60㎡이하 소형주택 인허가 실적을 보면 40㎡이하는 2007년 6만5830가구가 공급됐으나 2009년에는 절반수준인 3만2698가구가 공급되는데 그쳤다. 40~60㎡이하 주택은 2005년 9만563가구에서 2009년 6만2301가구로 약 31% 공급량이 감소했다. 소형주택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주택시장은 말 그대로  엄동설한이다.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의 대책이 빨리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주택시장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새로운 계획을 준비할 시기이다.

소비자는 주택에 대한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과거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에는 주택을 통해 재산증식이 가능했다. 물론 지금도 국지적으로는 주택가격이 오르는 지역이 있지만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대형주택의 집값 상승률이 소형보다 높다는 인식도 깨지고 있다. 투자를 위해 중대형 주택을 구입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적정규모의 주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공급자도 다양한 주택 유형을 개발하는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을 때다. 아파트 중심의 일률적인 주택공급 보다는 미래형 녹색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주택, 1~2인가구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 호텔과 주택의 중간영역의 쉐어하우스·게스트하우스, 노인가구을 위한 스마트홈·노인전용 주거복합단지·공유주택 그리고 여가와 주거 개념이 혼합된 레저형주택 등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