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잉(傅瑩) 외교부 부부장은 28일 원 총리가 내달 2일부터 9일까지 ASEM 개최지인 벨기에와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등 유럽 4개국을 순방하며 이 기간에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비롯해 유럽연합(EU)의 고위급 금융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 총리의 이런 금융외교 행보는 최근 거세지는 미국의 위안화 환율 압박에 대응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 순방에서 각 국에 중국의 위안화 절상노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주장에 편승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근래 위안화 환율 절상폭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중국 등 환율 조작 의심을 받는 국가들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의 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은 특히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를 쟁점화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경우 미국 만큼 위안화 환율 절상 요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리는 브라질.러시아.인도 등은 위안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보다는 중국 쪽에 기울고 있다.
원 총리는 지난 2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위안화 환율을 급속하게 절상할 근거가 전혀 없다"며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정면 대응한 바 있다.
푸 잉 부부장은 브리핑에서 "ASEM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회복과 금융 개혁, 기후변화협약 촉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지속가능한 회생과 발전 방안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 부부장은 아울러 "중국은 유럽 채무위기 때에 보유중이던 채권을 매각하지 않는 등 위기를 활용해 이득을 챙기려하지 않았다"며 "유럽의 경제적 안정과 위기극복, 성장 회복이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원 총리는 4~5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리는 제8차 ASEM 회의와 제13차 중-EU 정상회의를 전후해 나머지 3개국을 방문해 총리회담 등을 갖고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