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영장없이 이주민 가택 수색

2010-09-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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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경찰이 방글라데시인 피의자 체포 과정서 압수ㆍ수색영장 및 당사자 동의 없이 집을 수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방글라데시인 레자울 카림(21)씨와 밀런 우딘(26)씨는 서울 남대문경찰서 마약수사팀이 지난 4월7일 이들의 학교와 직장으로 찾아가 마약투약 등 혐의로 이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카림씨는 수도권 D대학교 영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었고, 밀런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인도식당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였다.

수사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을 체포하고서 곧바로 이들의 집으로 이동해 집 안에서 마약투약 관련 증거물이 있는지를 뒤졌다.

논란은 수사팀이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의 집을 수색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사후 영장 신청도 안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범행 중이거나 범행 직후 범죄 장소에서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 수사관이 영장없이 압수ㆍ수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후에 바로 영장을 받아야 한다.

남대문서 마약수사팀 관계자는 "본인들이 집에 가서 확인해 주겠다고 해 동의 하에 집을 수색했다"며 "본인 동의를 거친 '임의제출'에 해당하므로 압수ㆍ수색 영장이 없이 집을 뒤졌더라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카림씨와 우딘씨는 경찰이 집 수색에 앞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카림씨는 "경찰이 체포 후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내 방(원룸)으로 데려갔다. 서랍장을 다 뒤집어엎었지만 방을 뒤져도 되겠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딘씨도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집을 뒤졌지만 사전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갑이 채워진 상황에서 당사자가 수색에 동의한 것이라면 이를 '임의제출'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수갑을 채우는 등 신체가 구속되고 강압적인 상황이라면 당사자가 수색에 동의를 했어도 임의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카림씨 등은 "경찰이 체포 당시 차량에서 주먹으로 마구 때리는 등 폭언과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우딘씨는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일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그러나 남대문서 관계자는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와 체포를 했으며 폭행이나 강압수사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카림씨 등은 이후 경찰조사 과정에서 약물검사 반응이 음성으로 나오는 등 마약을 투약했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고,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8일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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