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이란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A사는 현재 주요 수출 대상국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 약 450억원 중 대이란 수출액이 200억원 정도에 달할 정도로 대이란 수출 비중이 높아 주요 수출 대상국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간 대이란 수출대금을 받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수출 대상 교체 고려”
14일 A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7월 12일 거래은행으로부터 “7월 8일까지 개설된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은 매입해 주지만 7월 9일부터 개설된 신용장에 대해선 매입해 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뤄진 대이란 수출거래는 모두 7월 8일 이전에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이 개설된 거래라 현재까지 수출대금을 받는 데 어려움은 없다”며 “문제는 7월 9일 이후에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이 개설된 대이란 수출거래에 대해선 수출대금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이나 전신환 송금 등으로 대이란 수출을 지속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수출 대상국을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사실상 이란과의 거래 중단”
이란에 철강과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B사는 현재 이란과의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약 6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했고 그 중 대이란 수출액은 약 10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7월 12일 거래은행으로부터 “7월 8일까지 개설된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은 매입해 주지만 7월 9일부터 개설된 신용장에 대해선 매입해 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은 이후 이란과의 거래는 중단됐다.
예정됐던 대이란 수출거래가 대부분 7월 9일 이후에 개설됐기 때문이다.
B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이란 제재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수 많은 대이란 수출업체들이 대이란 거래가 중단됐거나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8월 27일부터 9월 1일까지 89개 대이란 수출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이란 수출중소기업 피해 및 대응현황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 업체의 28.1%가 지난 7월 1일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 발효 이후 현재 대이란 수출거래가 전면 중단됐고 48.3%는 일부 중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사실상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8일 대이란 제재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은행에 이란중앙은행의 원화계좌를 개설해 대이란 수출입대금을 원화로 결제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정부는 제재대상이 아닌 이란기관과의 거래에 있어서는, 4만 유로 이상의 모든 금융 거래에 대해 사전허가제 및 1만 유로 이상의 거래에 대한 사전신고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제재대상이 아닌 이란기관과의 거래는 사전허가를 받거나 사전에 신고하면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
문제는 정부가 시행하겠다고 밝힌 이 두 가지 보완대책들마저도 언제 시행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원화계좌 개설을 위해선 이란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이란과의 합의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원화계좌 개설에 대해 이란과 협의 중”이라며 “합의가 언제 이뤄질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금융거래 사전허가제는 시행되기 위해선 최소 한달 반 정도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거래 사전허가제를 실시하기 위해선 기획재정부 장관 고시인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ㆍ영수 허가지침’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국무총리실 소속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며 “개정되기 전까지 최소한 1달 반이 걸리고 길면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대이란 수출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이란과의 협의를 조속히 실시해 원화계좌 개설이 빨리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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