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속 풍요'…엔고가 반가운 일본기업들은?

2010-09-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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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수입재 가공 중소업체·설비업체 등 호황 누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엔화 강세로 일본 수출업체들은 연일 울상을 짓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이를 두고 일본 경제에 낀 먹구름 속에서 한줄기 희망(silver lining)이 보인다고 표현했다.

연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5년래 최고치를 위협하자 도요타와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의 주요 제조업체들의 주가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 채산성이 악화돼 실적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재를 가공하는 중소기업과 설비업체들은 불황 속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환율 변동의 영향을 덜 받거나 엔고가 오히려 유리한 경영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후지토 노리히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투자전략가는 "시가총액이 적은 중소기업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다"며 "엔고가 지속되면 소형주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따라서 엔화 강세 속에 투자의 핵심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면역성이 강한 설비업체나 엔고로 수입 원자재 조달비용이 줄어든 기업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 사이제리아는 엔고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일본 기업 중 한 곳이다.

중국산 칠리고추 및 마늘, 유럽산 와인, 호주산 육류제품 등 수입 비용이 감소하자 제품가격도 지속적으로 낮출 수 있게 돼 고객도 늘었다. 주가가 상승한 것은 물론이다. 도쿄증시 닛케이지수는 올 들어 15% 떨어진 반면 사이제리아는 6% 상승했다.

일본에서 217개 매장을 운영하는 가구업체 니토리도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니토리는 제품의 80%이상을 중국과 베트남에서 수입해 침대, 옷장, 사진액자 등 다양한 가구제품을 팔고 있다.

니토리는 엔화 강세로 올해 지난해보다 21% 늘어난 288억 엔의 순이익과 3158억 엔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ㆍ달러 환율이 1 엔 떨어질 때마다 순익이 9억엔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토리의 주가는 올해 3.9% 뛰었다.

안정적인 배당금을 지급하는 전력회사들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1946년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일본인들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쿠사지마 타케오 추미츠애셋매니지먼트 수석 펀드매니저는 "변동성이 높은 증시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현금자산을 보유한 덕분에 유틸리티 종목은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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